내가 상한 조개를 삼켰던 이유

과거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

by 이청목

그녀를 만나러 가는 한 시간 거리는

나에게 설렘이었다.


일찍 도착해서

그녀가 좋아하는 츄파춥스 콜라 맛 사탕과,

초콜릿 맛 우유를 사놓으려고 했다.


그녀가 맛있게 먹은 걸 보면

나도 기분이 덩달아 좋아졌다.


그리고 저녁에 데이트하고

헤어지기 전에

사귀자고 고백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그녀의

퇴근 시간에 맞춰 회사 앞에 도착했다.


회사 앞 편의점에 가서

콜라 맛 사탕 10개를 샀다.


차로 돌아가는데

멀리서 그녀가 오고 있었다.


얼른 뛰어가서 승용차 앞문을 열어줬다.

인사와 안부를 서로 어색하게 주고받았다.


“오늘 힘들었죠? 고생했어요.

이거 먹어요.”


“어! 이거 좋아하는지 어떻게 알았어요?”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지

어떤 색을 좋아하는지

아직 모르는 게 많지만,

알려주면 기억해 두겠다고 말했다.


그녀는 웃으며 하나하나 얘기해 줬다.


떡볶이, 새우, 가리비 구이,

김치를 구워서 삼겹살과

쌈을 싸 먹는 걸 좋아한다고 했다.


그날은 그녀가 좋아하는

가리비 구이를 먹으러 가기로 했다.


일부러 인천 을왕리 해수욕장까지 갔다.


가리비를 먹고 바닷가 앞에서

꼭 고백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가리비 구이를 먹으려고 했는데

메뉴에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조개구이에 가리비가 섞여 있는 걸 주문했다.


한 소쿠리 푸짐하게 조개가 나왔다.


뜨겁게 달궈진 철판 위로

가리비랑 조개를 올렸다.


조개는 금세 익어서 거품이 조금씩 나오더니

입을 ‘탁’ 열었다.


그녀 앞접시에 먼저 놓았다.


맛있다며 웃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안 먹어도 배가 부른 것 같았다.


내가 안 먹고 계속 굽고 있으니

그녀가 입이 벌어진 조개 하나를 집어

내 입에 넣어줬다.


좋아하는 사람이 본인 젓가락으로

내 입에 넣어 줬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그녀도 나를 좋아하는 게 분명했다.


그런데

그녀가 준 조개 맛이 이상했다.


‘윽’ 이상한 냄새가 난다.

상한 조개여서 씹을 수가 없었다.


그냥 뱉을까? 처음 먹여 준 건데

이걸 뱉으면 미안해하려나?


상해서 냄새나는 조개를

그냥 삼켜 버렸다.

그리고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좋아하는 사람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조개를 다 먹었다.


그녀는 빠르게 검색을 했다.

식당 앞에 예쁘게 생긴 카페가 있다고

그곳으로 가자고 했다.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먹고 싶었다.

상한 조개를 먹어서인지

목이 마르고 뱃속이 꾸르륵거렸다.


커피를 마시며 얘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꾸르륵거리는 게 멈추지 않았다.


잠시 후에는 배까지 아프기 시작했다.


결국 그날은 고백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내가 생각해도 나 자신이 한심했다.

절호의 기회를 날려 버렸다.


그래도 다음날이 주말이라서

점심을 먹기로 약속했다.


약을 먹으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침이 되고 장이 꼬일 듯이 아팠다.

바로 병원으로 갔다.


병원에서는 장염이라며

당분간 먹는 걸 조심하라고 당부했다.


그런데

그녀가 선택한 점심 메뉴는

'마라탕'이었다.


내가 장염인지 모르고 있는

그녀의 선택이었다.


그냥 장염이라고 얘기할까?

아냐, 그럼 집에서 쉬라고 하겠지.

그냥 참고 먹어보자.


그때까지는

마라탕을 먹어본 적 없어서

그냥 맛있는 탕이겠지 생각했다.


그녀를 만나서 마라탕집에 갔다.

오리지널 맛으로 유명한 마라탕 집이었다.


처음 맞아 본 마라탕 냄새만으로도

배에서 꾸르륵거리기 시작했다.


참아야 한다. 참아야 한다.

머릿속으로 계속 생각했다.


그리고 잠시 후

드디어 마라탕이 나왔다.


그녀는 처음 마라탕을 먹어보는 나에게

한 그릇 잔뜩 퍼서 내 앞에 놔줬다.


한 숟가락 퍼서 먹었다.

알싸한 맛이 그 와중에 맛있었다.


그런데

그때부터 뱃속에서는 난리가 났다.


참다가 못 참아서

화장실에 세 번을 다녀왔다.

온몸에 기운이 없었다.


그녀는 안색이 안 좋다며

오늘은 일찍 들어가자고 했다.

그 말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괄약근을 잘못 조절하면,

사귀는 걸 떠나서

그녀를 평생 못 볼 수도 있었다.


그렇게 그녀를 집에 데려다줬다.


이순신 장군님의 명언이 떠올랐다.

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


나의 장염을

끝까지 그녀에게 알리지 않았다.


그날의 청목이에게 얘기해 주고 싶다.


청목아

조개를 삼킨 건

네가 좋아하는 사람이 너에게 실망할까 봐

그냥 삼킨 거 알고 있어.


하지만 상한 음식을 뱉는다고

실망하는 사람이라면

안 만나는 게 좋지 않을까?


너를 있는 그대로 봐주는 사람.

네가 너인 것을 좋아해 주는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나면 돼.


그러니까 그런 상황에서는

네 몸을 먼저 생각하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