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지 못했던 밤의 나에게

과거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

by 이청목

환 이송일을 하면서

퇴근 후에는 글을 쓰고 있다.


지금은 시간을 조율하며

하루에 여섯 시간만큼은

잠을 자려고 한다.


하지만

처음에 일을 시작했을 때는

매일 잠이 부족했다.


일이 끝난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퇴근을 준비하고 있었다.


길게 늘어지는 하품을 하는데

문득 10년 전 일이 생각났다.



그때는 지금과 반대로 잠을 못 자서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어머니와 함께

시장에서 의류 도소매를 했었다.


옷 장사를 하며

손님들한테 치이는 일상이 싫었다.


천 원짜리 양말을 한번 신고는

빨아서 가지고 왔서는

색깔이 마음에 안 든다며

바꿔 달라는 손님들,


옷을 줄여놓고는 잘못 줄였다고

바꿔 달라는 손님들.


어느 순간 사람들이 싫어졌고

화가 치밀어서 잠이 오지 않았다.


처음엔 술을 마시면서

스트레스를 풀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술을 마셔도 잠은 오지 않았다.


결국 엄마 혼자 장사를 하게 되었고

나는 그게 더 미안해서

다른 일을 찾아 나섰다.


인터넷으로

중고 물품을 판매하는 일을

시작하려고 했다.


하지만 일을 함께하려던 사람들은

사기꾼들이었다.


더 큰 좌절 속에서

불면증은 더 심해졌다.


지인들은 불면증이라는 말만 듣고는

몸이 피곤하지 않아서 그렇다며

술 한잔 마시라고 했었다.


술을 진탕 마시고 잠이 들어도

선잠에 금방 깨 버렸다.


하루에 두 시간도 못 자는 날이 많았다.


잠을 못 자면

몸이 붕 떠 있는 기분이 든다.

술을 마시지 않아도

취한 사람처럼 어지러웠다.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할 말이 있으니 저녁을 먹자고 했다.


그날은 가게를 일찍 마쳤다.


엄마는 술을 따라 주면서 말했다.


“너 지금 이대로면 곧 죽을 것 같아.

3개월 동안 아무 생각하지 말고

집으로 들어와서 쉬어.

생활비는 내가 줄게”


엄마의 말에

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이 찾아온 것 같았다.


집에 머무는 동안

모든 걸 내려놓고 휴식을 취했다.


잠이 안 올 때는 낚시를 했고,

잠이 조금이라도 올 것 같으면

낮이든 밤이든 잠을 잤다.


점점 잠을 자는 시간이 길어졌다.


어느 날

저녁을 먹고 오후 8시쯤 잠이 들었다.

눈을 떠보니 아침 8시였다.


다음 날 아침이 아니라

이틀 뒤 아침까지 잠을 잤다.


눈을 떴을 때

몸이 개운했고 가벼웠다.


그날 이후로 불면증은

사라졌다.



지금은 그때와는 정반대의 삶을 살고 있다.


하루의 끝에 술을 마시는 대신

글을 쓰고 읽는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담배를 피우는 대신

산책을 하고 뛴다.


반대의 삶을 사는 지금

잠을 못 자던 그때의 내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때 엄마의 말 한마디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의 청목이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청목아,

잠이 안 왔던 건

네가 약해서가 아니야.


사람이 싫어진 것도,

화가 가라앉지 않았던 것도,

다 네가 잘못 살아서가 아니야.


그만큼

네 마음이 이미 많이 다쳐 있었던 거야.


그리고

엄마가 건네준 그 한마디는

‘살자’라는 사랑이었어.


그러니까

그 시간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잠들지 못했던 밤들도

미워하지 말자.


그 시간 덕분에

지금의 나는

잠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됐고,


사람이 무너지기 전에

쉬어야 한다는 것도 배웠으니까.


내 생각엔 그때의 너는

이미 충분히 잘 버티고 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