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아도 행복을 전하는 사람

오늘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 #행성 -23

by 이청목

“안녕하세요”


처음 뵙는 환자분이 차량에 탑승했다.


의원에 머무르며 치료를 쉬었다가

다시 시작한다고 했다.


의원에 오래 머무는 환자분들은

인사를 할 때도 편안하다.


내가 묻지 않아도

병원까지 이송하는 짧은 시간에

본인의 병명부터 어떤 마음인지 얘기를 했다.


대장암에서 전이가 되어

척추로 넘어갔다고 한다.


의사는 신경을 다 끊어야 살 수 있다고 했단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아무것도 못 하고

그저 누워서 살아야 한다고 했다.


본인의 대소변을 다 받아내야 하는 가족들에게

짐이 되는 것이

더 초라하고 힘들다고 했다.


지금 당장 크게 아픈 곳도 없으니

항암과 방사선으로 치료를 받고 싶다고,

의사에게 말했다고 한다.


그렇게 치료를 시작한 지

3년이 지났다고 했다.


최대한 천천히 전이가 되도록 해달라고

의사에게 부탁했다고 했다.


나중에는

말도 안 되게 아픈 순간이 온다는 의사 말에,

그때가 되면 본인은 가족들과

이별을 준비한다고 했단다.


그 시간이 되면


가족들과 여행을 다니며 추억을 쌓고,

밤하늘에 뜬 반짝이는 별과 달을 보고,

바다에 가서 파도 소리와 바람 소리를

기억하고 싶다고 했다.


말하는 목소리에는

망이 실려 있지 않았다.


치료가 되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천천히 암이 번지고 있다는 말에

내 마음도 무거웠다.


하지만 지금의 삶을 붙잡고 싶은 마음은

단호해 보였다.


아직은 괜찮다는 말에

나는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희망을 품으라는 말도,

기적이라는 말도,

환자분에게는 그저

사치처럼 들릴 것 같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

안전하게 병원까지 함께 가는 것밖에 없었다.


병원 앞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기 전,

환자분은 창밖을 한 번 더 바라봤다.


하늘은 맑았고,

겨울치고는 유난히 푸른색이었다.


“오늘 치료 끝나고 약속이 있는데

날씨가 좋네요”


그 말이 마치

오늘 하루 살 만하다는 말처럼 들렸다.


그분의 행복은 지금 이 순간

숨을 쉬고, 하늘을 보고,

최선을 다해 살아내는 것이었다.


병을 이겨내겠다는 말은 없었지만,

삶을 놓지 않겠다는 태도는 분명했다.


그날 나는

행복은 더 오래 사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오늘을 포기하지 않는

태도에 있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그 순간,

내가 이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조금은 다르게 느껴졌다.


그리고 지금을 살아가는 데 있어

내가 먼저 행복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밝고 긍정적인 기운을

병원으로 함께 움직이는 잠깐의 시간에,


말을 하지 않아도

행복을, 희망을 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오늘은

더 행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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