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타고 되찾은 하루 # 행성 -22
토요일 오후
전주에서 살고 있는 교회 동생을
서울에서 만나기로 했다.
동생의 목적지는 인천이었다.
올라오는 김에 서울에 들러
저녁을 먹기로 했다.
이번엔 나도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했다.
그동안의 나는
차가 없이는 움직이지 않았었고,
주차가 불편하면
주차가 되는 곳으로
목적지를 아예 바꿨었다.
하지만
동생과 만나기로 한 곳은
주차장이 없는 음식점이 많았다.
게다가 커피까지 마시고 온다면
대중교통이 훨씬 수월했다.
전주에서 인천으로,
다시 인천에서 서울로 오는 동생을 위해
7호선 역 근처에서 만나기로 했다.
버스를 타고 약속 장소로 떠났다.
이어폰을 켜고 음악을 들으며
창밖을 바라봤다.
서울에서
대중교통을 몇 번 이용했지만
오랫동안 버스를 타는 건 처음이었다.
운전할 때는 미쳐 못 봤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낮기도 하고 높기도 한 건물들,
알록달록한 간판의 불빛들.
겨울의 막바지를 알리는 듯
가지만 남은 나무들,
많은 것들이 새롭게 눈에 들어왔다.
버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볕이 따뜻했다.
운전하고 왔으면
그냥 지나쳤을 장면들 속에서
잠시 행복했다.
약속 장소에 먼저 도착하고
동생을 기다렸다.
핸드폰으로 작게 켜 놓은 음악 소리와
이어폰 밖으로 들리는 사람들의 대화 소리,
발걸음 소리가 한데 섞였다.
그동안 잊고 지내던 감정들이 떠올랐다.
누군가를 버스 정류장에서,
지하철역에서 기다려 본 것이 얼마 만인가.
누군가를 기다리며 설렜던 순간들
보고 싶은 마음에
시간을 확인하던 순간들.
동생이 늦게 왔지만
나는 더 큰 감정을 되찾았다.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같이 식사하고
카페 가서 차를 마셨다.
오랜만에
두 시간 동안 수다를 떨었더니
목이 쉴 정도였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카페에서 나왔다.
동생은
버스를 기다려 준다며 따라왔다.
버스를 기다리면서도
못다 나눈 이야기를 했다.
전광판에 버스 정류장 숫자가 줄어들수록
말은 빨라졌고 아쉬움은 커졌다.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천호대교 위로 예쁜 불빛들이 비추고 있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잊고 지냈던 감정들이 하나둘 돌아왔다.
빠르게 지나가느라
놓치고 살았던 장면들,
기다림 속에 있던 설렘,
헤어짐 앞에서 아쉬워지는 마음들.
행복은 멀리 있거나 거창한 게 아니라,
잠시 속도를 늦출 때
다시 보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소한 하루였지만,
그 사소함이 주는 행복에
마음은 더 따뜻했다.
그래서 오늘도
행복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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