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가기 위해 (행성 -16)
삼일절이 일요일이라
월요일이 대체공휴일이 되었다.
금요일 아침부터 몸이 무거웠다.
그래도
삼일이나 쉴 수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하루가 빨리 끝났으면 했다.
그냥, 빨리 쉬고 싶었다.
운전할 때 피곤한 건 여전했지만
졸음은 전보다 덜했다.
그게 좋아진 건지,
익숙해진 건지 모르겠다.
퇴근 후
눈꺼풀이 반쯤 감긴 채로
집에 들어왔다.
몸이 먼저 “그만”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도 나는 늘 하던 걸 한다.
정신적인 건강을 위해 산책을 하고,
책을 30분 읽고,
블로그 글을 쓰고,
브런치 글을 구상한다.
이 루틴이 나를 살린다고 믿었다.
모든 걸 끝내고 씻고 누우면
늘 자정이 된다.
이제는 적응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적응이 아니라 무리를 하고 있었다.
나는 내 몸을 돌보는 데 둔한 편이다.
건강이 1순위라는 걸 아는데도
늘 마음속에서 같은 말이 나온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면 돼.”
그 말은
나를 앞으로 밀어주는 말이기도 하지만
나를 망가뜨리는 말이기도 했다.
작년에 필라테스 센터를 운영할 때가 떠올랐다.
매출을 올리겠다는 목표 하나로
자신을 한계치까지 몰아세웠다.
그때 나는 “할 수 있다”는 말을
‘멈추지 말라’는 뜻으로만 사용했다.
쉬는 건 게으름 같았고,
잠은 사치 같았다.
그러다 결국
괴사성 폐렴으로 쓰러졌다.
10일간 입원 치료를 받았고,
퇴원 후에도 치료는 계속됐다.
몸이 회복될 거라고 믿었지만
건강은 생각보다 천천히 돌아왔다.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찼고,
조금만 추워져도 콧물이 났다.
마음은 계속 불안했다.
2025년 하반기는
오롯이 회복의 시간이었다.
그때 나는 다짐했다.
“다시는 이런 일 없게 하자.”
“몸부터 챙기자.”
그런데 사람은 쉽게 잊는다.
몸이 조금 나아지면
마음이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어느새 나는 또
내 몸보다 목표를 먼저 생각하고 있었다.
빨리 성취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잠자는 시간까지 아껴가며 달렸다.
연휴도 예외가 아니었다.
삼일절이 낀 연휴를 보면서
나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연휴는 또 다른 기회야.’
‘남들은 쉬는 동안 나는 더 하면 돼.’
그런데 그 생각이
이상하게 마음을 무겁게 했다.
문득 멈춰 서게 됐다.
글이 어느새
‘삶’이 아니라
‘일’이 되어버린 건 아닐까.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급할 것도 없는데
나는 또 나를 몰아붙이고 있었다.
핸드폰도, 전자제품도
사용 설명서가 있다.
충전과 휴식, 관리 방법이 다 적혀 있다.
그런데
고작 100년도 못 살 몸을 가진 내가
이제 55년도 안 남은 내가,
설명서가 없는 사람처럼 살았다.
나는 몸을 “도구”처럼 쓰고
마음은 “목표”로만 채웠다.
그래서 이번 연휴에는
마음부터 여유를 부려보기로 했다.
모든 게 느려졌다.
평소 하던 일도,
생각의 속도도.
한 번도 깨지 않고 10시간을 잤고,
다음 날은 8시간을 잤다.
그런데
개운함보다 먼저 든 생각은
‘늦잠을 잤다’라는 조급함이었다.
오늘 블로그 글을 써놔야
내일이 편한데,
브런치 글도 준비해야 하는데,
이러다 밀리는 거 아닌가.
쉬고 있는데도
머릿속은 계속 “할 일”을 세고 있었다.
그 마음을 가만히 다독였다.
빨리 가기 위해 사는 게 아니라
끝까지 가기 위해 사는 거라고.
천천히 가도 된다.
결국 도착하면 되는 거니까.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여유를 선택하는 건
포기하는 게 아니라
끝까지 가는 과정이라는 걸.
하루를 비워보니 보이는 게 있었다.
지쳐 있었다는 것.
그리고 내가 정말 걱정했던 건
‘느림’이 아니라
‘멈춰버릴까 봐’였다는 것.
그래서 나는
쉬면서도 불안했던 거다.
하지만 쉬지 않으면
언젠가는 정말로 멈춘다.
내가 겪어서 알고 있다.
이번 연휴에는
그 사실을 다시 기억하기로 했다.
내 생각엔
나를 지키는 여유가 있어야
내가 바라던 목표에 도착할 수 있는 것 같다.
오늘은 그렇게
여유를 선택하며 살아가 보려 한다.
하루의 여유를 되찾기로 했으니
오늘은
-16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