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알려준 낚시

오래된 취미 하나 (행성 -13)

by 이청목

얼마 전 글쓰기 모임을 시작했다.


일을 하면서 브런치 글도 쓰고

블로그 글도 쓰고

또 하나의 글을 쓴다는 생각을 하니

기대도 됐지만 부담도 됐다.


이미 쓰고 있는 글만으로도

하루의 생각을 정리하기에는

충분하다고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나는 생각을 조금 바꿔 보기로 했다.


또 하나의 글을 쓴다는 것은

해야 할 일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내 생각의 폭을 조금 더 넓혀 줄지도

모른다는 마음이었다.


모임의 글쓰기 첫 주제는

취미와 특기였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일이 있고

그 시간을 통해

자신을 버티기도 하고

위로받기도 한다.


그렇다면

나의 취미는 무엇일까.


그리고

내가 가장 오래 해 온 것은

무엇일까.


잠시 생각을 해 보니

나의 취미이자

특기라고 할 만한 것은

한 가지뿐이었다.


민물낚시였다.


주말이면

아빠는 나를 데리고

저수지로 낚시를 다녔다.


언제부터였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아주 어릴 때부터

그 시간이 자연스럽게

내 삶에 들어와 있었다.


저수지에 도착하면

아빠는 먼저 낚싯대를 펼쳤다.


나는 그 옆에서

랜턴을 비추며

아빠의 손을 가만히 바라보곤 했다.


낚싯대를 펴고 줄을 연결하고

찌를 맞추는 그 모든 과정이,

마치 하나의 의식처럼 느껴졌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

아빠는 작은 가스버너를 꺼냈다.


그리고

조용한 저수지 옆에서

냄비에 물을 끓였다.


그때 먹었던 컵라면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집에서

엄마가 정성껏 끓여 주던 라면보다

저수지에서 먹던 컵라면이

더 맛있게 느껴졌었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던 그 냄새와


어둠 속에서 나누던

아빠와의 짧은 대화.


처음엔 낚시가 좋아서라기보다

아빠와 단둘이

그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아서

계속 따라다녔던 것 같기도 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하늘에는 반짝이는 별들이

시야를 벗어날 만큼 가득했고


고개를 들면 하늘에 떠 있던 달이

저수지 물 위에도 같이 떠 있었다.


그러다가

시원한 바람이 한 번 지나가면


‘솨아—’

풀들이 서로 스치며

작은 소리를 냈다.


그 소리를 듣고 있으면

세상이 잠시 멈춘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낚시에도 빠져들기 시작했다.


물 위에 떠 있는

형광색으로 반짝이던 찌.


그 작은 찌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조금씩 가라앉았다.


생각이 많을 때도

그 찌를 보고 있으면

생각이 천천히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그러다

물고기 입질이 오면

찌가 아주 조금 움직인다.


그 순간

주변의 소리는 모두 사라진다.


오직 찌 하나에

시선이 꽂힌다.


그리고

찌가 천천히 올라오는 순간

타이밍을 맞춰 낚싯대를 챈다.


그때

낚싯대가 활처럼 휘어지고

물속에서

힘껏 버티는 물고기의 무게가

손끝으로 전해진다.


“윙이잉—”

“우웅—”


물고기가 클수록

낚싯줄에서는

마치 악기 같은 소리가 난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그때부터

낚시를 좋아하게 된 것 같다.


그렇게 낚시는

내 삶에 자연스럽게

남아 있게 됐다.


시간이 많이 흘렀다.


겨울이 지나가고

날씨가 조금씩 풀리기 시작하면

지금도 낚시를 다닌다.


생각이 많을 때도

걱정이 생길 때도

낚시를 하고 돌아오면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진다.


물 위에 떠 있는 찌를

가만히 바라보던

그 시간 덕분인지도 모른다.


아버지는

지금 내 곁에 계시지 않는다.


하지만

아버지가 알려준 낚시는

여전히 내 삶의 한쪽에서

조용히 흐르고 있다.


생각해 보면

아버지는 나에게

낚시를 알려주신 것이 아니라


조용히

마음을 쉬게 하는 시간을

알려주신 것인지도 모르겠다.


글쓰기 모임 덕분에

나는 오랜만에

어릴 적 기억을 하나 꺼내 보게 됐다.


그 시간 속에서

내가 왜 낚시를 좋아하게 됐는지도

다시 알게 됐다.


낚시는

물고기를 잡는 일이 아니라

아빠와 함께 보냈던

행복한 시간을

기억하게 하는 일이었다.


이제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고 있다.


곧 다시 낚싯대를 들고

물가에 앉을 수 있는 계절이 온다.


그 생각을 하니

괜히 마음이 조금 들뜬다.


아빠를 생각하고

좋았던 추억을 꺼내 본 하루가 되었으니


오늘도 나는

행복하다.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