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번밖에 안 남았네요

시간을 바라보는 마음에 대하여

by 이청목

차에 올라타자마자

환우분이 조용히 말했다.


“세월이 참 빠르네요.”


아주 작은 목소리였지만

이상하게 귀에 또렷하게 들어왔다.


나는 자연스럽게 물었다.


“치료는 몇 번 받으셨어요?”


“열 번 받았어요.”


조금 놀라서 다시 물었다.


“벌써 열 번이나 받으셨어요?”


그분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네, 이제 스무 번 중에

열 번밖에 안 남았네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잠시 생각이 멈췄다.


열 번이나 남았다가 아니라

열 번밖에 남지 않았다는 말.


같은 숫자인데

느낌은 전혀 달랐다.


차는 조용히 병원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건물들을 보며

나는 그 말을 계속 떠올렸다.


열 번.


누군가에게는 아직 남아 있는 시간이고,

누군가에게는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일 수도 있다.


그분은 올해 여든셋이라고 했다.


“이제는

자식들 말을 들어야 하는 나이가 됐어요.”


처음에는 치료를 받지 않으려고 했다고 했다.

그냥 이대로 살다가

자연스럽게 떠날 생각이었다고.


하지만 자녀들이 크게 화를 냈다고 했다.

왜 치료를 안 받으려고 하느냐고.


그렇게 치료를 시작하게 됐다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꺼냈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며

괜히 내 시간을 떠올리게 됐다.


나는 앞으로 얼마나 살게 될까.


요즘은 사람들 사이에서

백세 시대라는 말을 자주 한다.


그 말을 기준으로 계산해 보니

앞으로 50년이 넘는 시간이 남아 있었다.


숫자로 보면 긴 시간이다.


하지만 그분의 말처럼

세월이 빠르다는 걸 생각하면

그 시간도 금방 지나갈지도 모른다.


나는 운전을 하며

조금 전의 말을 다시 떠올렸다.


“열 번밖에 안 남았네요.”


같은 하루를 살아도

남아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며 사는 것과

줄어드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며 사는 것은

전혀 다른 삶일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까지

앞으로 시간이 많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내일도 있고

다음 달도 있고

내년도 있다고 믿으며

하루를 보냈다.


그래서인지

지금 해야 할 것들을

조금 뒤로 미루기도 했다.


차 안에는 잠시 침묵이 흘렀다.

나는 그 침묵이 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분의 말이

머릿속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시간은 늘 흘러가고 있었는데

나는 그 사실을 자주 잊고 있었던 것 같다.


그날 이후로

나는 시간을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됐다.


남은 시간이 아니라

앞으로 만들어 갈 시간이라고.


그 생각을 하니

하루가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같은 하루인데도

어떻게 채우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하루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문득

앞으로의 시간을 떠올렸다.


조금 더 웃고 싶고,

조금 더 좋아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고,

조금 더 내가 원하는 삶에 가까워지고 싶었다.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하루하루의 장면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차가 병원 앞에 도착했다.

나는 조용히 말했다.


“도착했습니다.”


그분은 고개를 끄덕이며

차에서 내렸다.


문이 닫히고

나는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한 문장을 남겼다.


시간은 늘 흐르고 있지만,

어떻게 채울지는

지금의 내가 선택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오늘도

병원으로 가는 길을 달린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또 하나의 시간을 배우고 있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