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로서 나의 마음을 보여주는 용기
난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이제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초보 작가지만
처음에 글을 쓸 땐 걱정이 되는 것들이 많았다.
무슨 글을 써야 하지?
어떻게 써야 하지?
하지만 진짜 두려움은,
글의 형식이 아니라
감정을 드러내는 일이었다.
솔직한 내 마음을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일.
마치 팬티 한 장 걸친 채
광장에 서 있는 느낌이었다.
누군가에게
나의 일상과 감정을 보여 줘야 한다는 것은
이런 느낌이었다.
남의 일기를 몰래 훔쳐보는 건
긴장도 되고 흥미로울 수 있지만,
반대로
나의 일기를 누군가 본다고 생각하면?
오 마이 갓!
좋지 않을 것이다..
나의 솔직한 감정이 들어 있고,
생각이 들어 있는 일기장.
남에게 보여 주기 싫었던 감정,
들키고 싶지 않은 감정..
난 글을 쓰는 게,
나의 일기장에 쓰인 하루하루를
보여 주는 느낌이었다.
내가 글을 쓰고 싶고,
나의 글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위로가 되고, 힘이 되길 원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나의 민낯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
마치
화장을 진하게 하고 다니는 사람인데
미처 화장을 하지 못한
쌩얼을 광고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처음엔 글 쓰는 것을 주저했다.
난 고민을 해결하고자
나의 18년 지기 지인이자
작가 선배에게 물었다.
"요즘 글 쓰는데 너무 벌거벗은 느낌이에요!
선배님도 그랬나요?"
"그럼요! 당연한 거예요
오빠는 오빠의 이야기를 쓰는 거잖아요!
거짓으로 쓰는 게 아니라,
하루하루 오빠의 감정을 쓰는 거니까
그럴 수밖에 없어요!
글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에요
저도 그랬으니까요~"
난 이 말을 듣는 순간 기분이 좀 묘했다.
작가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라는 말에,
괜히 마음이 놓였다.
그럼..
"나도 작가로서 한발 더 다가 간 건가?"
벌거 벗겨진 몸에
팬티 한 장 걸치고 있는 내가
조금은 부끄러움이 없어지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계속 글을 쓸수록
사람들이 공감해 주고
위로를 받는다는 말이 들릴수록
입고 있던 팬티마저
벗어버려야겠다는 용기가 생겼다.
나의 마음, 나의 일상이
누군가의 하루에 응원이 되고
위로가 된다면 기꺼이
나의 마음속 일기를 꺼내야겠다는 용기가 생겼다.
나는 오늘도, 앞으로도 계속 글을 쓸 생각이다.
글을 쓰는 일이란
내가 나를 알아가는 일이기도 하다
내가 어떤 감정에 약한지,
어떤 말을 할 때 눈시울이 붉어지는지 알게 된다.
그래서 글을 쓴다는 건
세상에 나를 드러내는 동시에
나를 다시 알아 가는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많은 작가 후배님들이 생긴다면,
그리고 나에게 같은 질문을 한다면
이렇게 얘기해 주고 싶다.
"조금만 더 쓰면,
입고 있던 팬티마저
벗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물론 그건 부끄러움이 아니라
작가로서의 용기이자 자신감 일 겁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말을 해주고 싶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