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혼자 하는 게 아니었다

외로움이라는 수업료

by 이청목

어느 날 문득,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외로운지도 모른 채

그저 하루하루 외로움이 커져만 갔다.


그러다 나는 알게 되었다.

이 외로움은,

누군가를 너무 사랑해서 생긴 질병 같다는 걸.


평소엔 괜찮은데

일할 때만 아프고 힘든,

직업병처럼.


괜찮다가도,

그 사람을 떠올리고 사랑하고 싶을 때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외로움이란 이름의 직업병.


오래 묵혀둔 통증처럼

문득 올라오는 그런 아픔이었다.


처음엔 괜찮았다.

그 사람을 너무 좋아하니까,

내가 더 좋아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더 많이 보고 싶어 하고

내가 더 많이 표현하고

내가 더 많이 노력하는 사랑.


그게 진짜 사랑인 줄 알았다.

그래야 오래가는 줄 알았고,

그래야 끝까지 함께할 수 있다고 믿었다.


밥을 먹을 때도,

일을 할 때도,

집에 있을 때도

나는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혼자 사랑하고 있다고 느꼈다.


내 마음과 시선은 언제나

그 사람을 향하고 있었지만, 어느 순간,

그 사람에게 나는 없었다.


그 사람은 여전히 내 옆에 있었지만

마음은 멀리 있었고,

내 웃음은 점점 사라졌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나는 지금, 외로워하고 있다는 걸.


나는 외로움이라는 비싼 수업료를 내고 배웠다.


사랑은 혼자 하는 게 아니었다.

사랑은 철저한 '기브 앤 테이크'였다.


내가 조금 더 사랑하는 건 괜찮다.

내 사랑의 표현 열 개 중

단 하나라도 돌아와 준다면,

그것 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함께 여행을 하거나,

함께 산책을 하거나,

함께 대화를 나누거나.


딱 하나만이라도 나눌 수 있다면,

서로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면.


한때는 이렇게 생각하기도 했다.

그 사람이 나를 처음부터 사랑하지 않았던 걸까?

하지만, 아니다.


그 사람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나를 사랑하고 있었다.

다만 그 사랑이 내게 닿지 않았을 뿐.


서로 다른 방식의 사랑이었을 뿐이다.

서로 다른 쪽을 바라보다

같은 방향으로 걷지 못했던 것뿐이다.


그래서 지금도 외롭지만

나는 이 외로움을 통해

진짜 내가 원하는 사랑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게 되었다.


나는 이제,

함께 한 곳을 바라보는 사랑을 하고 싶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