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

10년 전

by 이청목

10년 전 잠이 안 오는 날


왜 잠이 안 오는 걸까?


누군가는 말한다.

"몸이 피곤하지 않아서 그래.

운동 좀 해봐"


"술 한 잔 마시고 자면 푹 잘 수 있어"


"생각이 많아서 그래

아무 생각 하지 말고 자"


정말 그럴까?

정말 그 말대로만 하면 잠이 올까?


몸이 아무리 피곤해도 5분,

10분만 자고 나면 눈이 다시 떠졌다.


술을 진탕 마시고 잠들어도

선잠에 금방 깨버렸다.


생각을 정리하고 눈을 감아도,

정리한 생각을 다시 꺼내 들여다보다

결국 깨 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께서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 지금 이대로면 죽을 거 같다.

3개월 동안 아무 생각 하지 말고

집으로 들어와서 쉬어 생활비는 내가 줄게"


어머니의 말씀으로

마음은 한없이 편안해졌다.


어머니가 주신 다는 생활비 때문이었을까?

아니었다.


그 말속에 담긴

'살자'라는

어머니의 사랑과 위로가 있었다.


그 말 한마디가

차갑게 식어가던 내 마음을

겨울철 아랫목처럼 따뜻하게

데워준 거였다.


그렇게 집으로 들어가고 1달쯤 지났을까?

난 수면 보조제도 먹지 않았는데

푹 잠들어버렸다.


그때 알았다.

불면증은 마음에서 시작된 아픔이었다는 걸.

아니 나의 불면증의 원인은

마음이었다는 걸.


한 달 동안 나는 내가 이루고자 한 것들,

사람들에 대한 기대와 실망,

돈 걱정, 관계의 피로...


그 모든 걸 잠시 내려놓고

오로지 쉬는 데 집중했다.

그러자 내 마음에 평온이 조금씩 자리를 잡았다.


자고 싶을 때 잤다.

낮이든, 밤이든, 아침이던 상관없이

졸리면 10분이라도,

1시간이라도 자려고 했다.


어느 날은

저녁을 먹고 오후 8시쯤에 잠들었고,

정말 이틀 꼬박 잠을 잤다.


눈을 떴을 때

몸이 찌뿌둥하지 않았다.

개운했고 가벼웠다.

그리고 확실히 느꼈다.


불면증은 나의 상처가 아물지 못해

나에게 보내는 신호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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