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여름, 생각이 많아지던 10일

[병원 에피소드 #1]

by 이청목

살면서 한 번쯤

멈추게 되는 날들이 있는 거 같다.


그 시간이 내게 어떤 의미였는지,

기록하고 싶었다.


2025년 6월 24일,

잦은 컨디션 저하와 몸살로

영양제라도 맞고 기운 차리려 병원을 찾았다.


"계속 열이 나는 건,

몸에 이상이 있기 때문입니다."


의사 선생님의 말에 따라

말라리아 검사, 간 초음파,

엑스레이 등을 진행했다.


마지막에 영양제를 맞기 위해

간호사가 주사를 준비하던 중,

갑자기 다른 간호사가 급히 들어왔다.


"잠시만요!

엑스레이 결과 나왔는데, 원장님 먼저 뵐게요."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볼법한 상황!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이게 1월에 찍으신 사진이고,

이건 오늘 사진입니다.

한눈에 봐도 폐 한쪽이 뿌옇고 범위도 넓어요.

이런 경우는 오래된 증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론은

큰 병원 응급실로 빨리 택시 타고 가라는

말씀이셨다.



나는 놀란 마음을 부여잡고 응급실로 향했다,


그리고

"괴사성 폐렴"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말 그대로, 폐가 썩고 있다는 것.


그렇게 나는 6월 24일 화요일, 입원했다.


KakaoTalk_20250711_153445842.jpg 병실 천장과 낯선 링거


병명이 확실해지자

몸은 더 무겁고, 아팠다.


기관지 내시경을 한 뒤로는

나오지도 않던 기침이

입원 후 밤새 이어졌고,

그 고통에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입원 7일째,

염증 수치가 독감 수준으로 낮아졌고,

9일째에는 목감기 수준까지 회복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입원 10일째인 7월 3일. 퇴원했다.




퇴원 후에도 숨을 크게 쉬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다.


산책 한 번에도 편하게 호흡하기 힘들었고,

집에 돌아와서도 한동안은 쉬어야만 했다.


하지만,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것.

그 사실만으로도 참 고맙고,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입원했던 10일은 단지 아팠던 시간이 아니라,

또 다른 나를 마주하고,

내 삶을 되돌아봤던 시간이었다.


그 안에는 고통과 두려움,

그리고 감사함이 함께 있었다.

KakaoTalk_20250709_141055024.jpg 퇴원 후에도 남은 흔적, 링거 자국


아직도 팔에는 링거 자국이 선명하지만,

이제 나는, 조용히 일상으로 회복 중이다.


금세 괜찮아지겠지.

keyword
작가의 이전글불면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