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에피소드 #2]
괴사성 폐렴이라는 병명으로
병원에 입원을 한지 이틀째 되었던 날이었다.
아파서 입원을 하는 건 처음이었고,
실비보험이 있지만
어떻게 적용이 되는 건지 잘 몰라서
가장 싼 병실인 6인실에 입원을 했다.
호흡기 질환 병실이다 보니
사람들의 기침 소리와 나의 기침 때문에
밤잠을 설쳤다.
6인실에 입원한 게 좀 후회스러웠다.
식사 시간이 되면 잠깐 열리는 커튼 사이로
환자와 보호자,
간병사 분들이 보이는 게 다였지만
오고 가는 대화 속에 어떤 환자인지,
나이는 몇 살 정도 되시는지 알 수 있었다.
이 병실에서는 내가 거의 손자 뻘 되는 나이였다.
6인실 평균 나이 80세.
나는 평균 나이를 깎아 드리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호흡기 질환은 너무 나 힘들었다.
고통스러운 기관지 내시경검사를 하고
연이은 기침으로 밤잠을 설친 지 3일이 지나
이제 조금 기침이 수 그러 드는 듯했다.
드디어 조금이라도 밤에 편히 잘 수 있겠다
싶은 날이었다.
아침 새벽 4시 40분
간호사는 혈압을 재고, 체온을 재고,
항생제를 놔주며 환자들을 돌보고는
병실을 나갔다.
이제 다시 단잠에 빠져드려 하는데
누군가 핸드폰으로 성경말씀을 틀었다.
'오, 마이 갓 주님!'
유추해 보니 입원하신 지 1주일 넘으신
이제 80대 초반의 할머니 셨던 거 같다.
나도 교회를 다닌다.
새벽부터 말씀을 읽고 싶으셨을 것이다.
그래도... 왜? 스피커로.
실눈을 떠 시계를 확인하니 새벽 5시였다.
다른 분들의 코골이 소리와
한분은 퇴원하는 날이라 잠이 안 오시는지
연신 부스럭 대는 소리를 내며
새벽 5시부터 짐을 싸고 있는 거 같았다.
나도 기침을 너무 많이 하고
목이 잠겨 아픈 상태였다.
그리고 그날따라 병실은,
아파서 나는 소리가 아닌
다른 소리들로 인해
내가 너무 예민해 있었던 거 같다.
핸드폰 성경말씀은
소리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이대로면 오늘도 잠을 못 자겠다 싶어
용기를 내어 얘기를 했다.
"소리가 너무 큽니다!"
아이고 이런...
내가 듣기에도 목소리가 너무 작았다.
노인 분의 귀도 잘 안들리시는 거 같았고,
내 목 컨디션도 좋지 않아
목소리가 내 맘대로 컨트롤이 안 되었다.
점점 커지는 스피커 소리에
나는 다시 용기를 내어 말해야겠다 다짐했다.
아까 보단 조금만 크게 얘기하자!
"소리가 너무 큽니다!"
앗, 이런 맙소사! 주여!
이번엔 목소리 조절이 안 돼서
생각보다 너무 크게 말해 버렸다.
그런데 순간...
"딸깍, 딸깍, 딸깍"
핸드폰 음량버튼 누르는 소리와 함께
스피커 소리는 한 단계,
한 단계씩 줄어들며
성경말씀 소리는 사라져 갔다.
신기했던 건
성경말씀과 동시에 부스럭 대는 소리도,
코골이 소리까지 모든 소리가 사라졌다.
윽, 순간 죄송했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어이없이 입가에
웃음이 띄기 시작했다.
난 그저 소리만 조금 줄여달라는 거였는데.
모든 소리가 사라져서 어이없는 지금 상황에
스스로 민망해서 웃음이 나왔다.
내가 병실에 계셨던 분들 모두에게
조용히 하라고 눈치 준 거 같아서 죄송했다.
아픈 사람이 모여있는 병실이지만
사람냄새가 나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덕분에
내리 2시간을 깨지 않고 잘 수 있었다.
모두가 아픔을 이겨 내고 나아가기 위해
한 공간에 있었지만
다들 삶의 패턴이 달랐을게다.
몸이 아픈 것도 힘들었지만,
사실은 사람들 사이에서
병실 생활 하는 것도 어려웠다.
그래도 그날 계셨던 모든 분들이
나보다 더 빨리 퇴원하셔서
다행이라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