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적적하고, 적당히 외로운 날.

오늘 하루도 참 잘 살았다.

by 이청목

이혼 후 인천에서 서울로 이사를 했다.

그리고 많은 것이 바뀌었다.


매일 출근하던 나의 직업은 사라졌고

3개월간 집에서 글을 쓰겠다는 각오로

매일 글을 쓰는 중이다.


사교성이 좋아

사람 만나던 것을 좋아했던 나였는데

지금은 글을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지인 한 명뿐이다.


인천에서는 어디든 갈 수 있고

갈만한 곳도 많았는데

이젠 어딜 가려해도,

먼저 지도를 검색해야만 한다.


많은 것이 바뀐 지금

나의 마음은 공허했다.


나는 나 자신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글을 쓰며 살아가는 날들이

지금보다 더 잘 살아가고 싶은 마음에

3주 전 심리상담을 받았다.


“인내심이 강한 사람이라

하고 싶은 데 못했던 것들의

억압을 풀어내는 것이 좋아요"


난 마음을 먹은 것은 해내고자 하는

의지가 있고

인내심과 부지런함도 있다고 한다.


새로운 도전도 좋아하고

새로운 도전에 대한 겁이 없어서

안 좋은 일이나, 안 좋은 취미를 가져도

부지런히 인내심을 가지고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그렇게 술을 좋아했었나?'


지금은 술도 안 마시고 담배도 안 피우는 내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안쓰러웠다.


성공을 위해 살아왔던 나.


아파도 참고,

여행도 가고 싶어도 참고,

낚시를 가고 싶어도 참았다.


어디라도 도망가고 싶었던 일상들,

그 일상을 인내심으로 참고

부지런히 일했는데


결국

괴사성 폐렴으로 입원했던

나 자신이 안쓰러웠다.


모든 것이 변한 지금

나에게 자유를 주고 싶었다.


나에게 있는 억압을

좋은 방향으로 풀기 위해

나는 가장 먼저 낚시를 선택했다.


그동안 일 하느라 참고

아파서 못했던

정말 내가 좋아하는 낚시를 갔다.


날씨는 좋지 않았다.

구름이 잔뜩 낀 하늘


적당히 적적하고,

적당히 외로운 것 같은 날이었다.


물고기를 많이 잡고,

안 잡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낚시하는 행위만으로도

나는 오랜 억압에서 벗어나는

위로를 받고 싶었다.


물 위로

빼꼼 나와 있는 찌를 바라보며

가만히 멍을 때리기도 했고,

옛 추억도 떠올려보기도 했다.


머릿속으로 다양한 상상을 하며

글도 써본다.


어느덧 해가 진다.


해가 산에 걸치고

천천히 그리고 급하게 노을이 졌다.

해는 산 뒤로 몸을 숨기며

서서히 어둠이 내려앉았다.


이제 제법 쌀쌀한 10월의 중순의 밤

즐거웠던 낚시를 정리했다.


집에 오는 길에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차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었다.


오늘 날씨처럼 적당히 적적하고,

적당히 외로움이 있는 노래였다.


그리고 다음 곡이 흘러나왔다.




조금 느린 듯해도 기다려 주겠니

조금 더딘 듯해도 믿어줄 수 있니

네가 가는 그 길 절대 헛되지 않으니

나와 함께 가자.


앞이 보이지 않아도 나아가 주겠니

이해되지 않아도 살아내 주겠니

네 눈물의 기도 잊지 않고 있으니

나의 열심히 이루리라.




헤어진 그녀와 함께 있을 땐

이 노래가


내가 조금 느리니 기다려달라는 고백으로,

다짐으로 들렸던 노래였다.


그때를 생각하니

어느새 내 눈에는 눈물이 흘러나왔다.


맑은 하늘에 비가 내리듯

차창을 눈물로 덮었다.


이 노래가

나에게 위로를 해주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오로지 나에게만 해주는 위로였다.


내가 지금 가는 이 길이

앞이 보이지 않아도 나아가 달라며

이해되지 않아도 살아달라며


내 눈물의 기도를 잊지 않고 있으니

이뤄주겠다는 위로의 노래였다.


적당히 적적하고 외로웠던 하루가

오래된 억압에서 한 발을 내딛고


나에게 위로가 되어준 노래로

눈물까지 흐르게 된 날이니


“오늘 하루도 참 잘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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