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성 -49
글을 쓰다 눈이 뻑뻑하고 아파서
잠시 눈을 감았다.
“우우웅, 우우웅”
핸드폰 메시지 진동 소리에 잠이 올락 말락한
점심의 나른함을 깨웠다.
메시지를 확인해 보니
대출금 메시지였다.
[**은행] 이청* 11월 17일은
대출 원리금 납부일입니다.
예상 금액 293,875원(원금:250,000)
돈을 빼갈 테니
금액을 통장에 넣어놓으라는
친절하지만 사악한 글자였다.
메시지를 보자마자
괜한 화풀이를 하듯
핸드폰을 '툭툭' 누르며 통장 잔액을 확인하고
돈을 이체해 놓았다.
그런데 왜 난 항상 제자리일까?
내 인생은 매번 다람쥐 챗바퀴 돌 듯,
계속 제자리인 것 같았다.
성공의 숫자가 100이라면
항상 70까지 갔다가
뒤돌아보면 다시 –50으로 떨어진다.
이상하다.
챗바퀴가 돈다면
조금은 나아져야 하는 게 아닌가!
어떻게 매번 70에서 멈추고,
다시 –50으로 돌아간단 말인가.
억울하다.
차라리 1로 돌아가면 안 되는 걸까?
그것도 안 되면 0이라도 좋을 텐데
왜 꼭 –50일까.
사업을 실패한 적도 없었다.
일을 열심히 안 한 적도 없었다.
돈을 흥청망청 쓴 적도 없었다.
30대 후반부터는 술과 담배도 하지 않았다.
남들이 누리고 사는 것보다
훨씬 적게 누리며 살았다.
더 열심히, 더 오래 일했다.
그런데도 지금 또 뒤돌아보니
-50이다.
내가 잘 못 살고 있었던 걸까?
아니면
세상이 계속 시험하고 있는 걸까?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꽉 채워져 있었다.
그러다 건강이 안 좋아지고
입원을 하고 다시 회복하려는 과정에 있는
지금의 나는
아주 단순하지만, 강한 결심을 했다.
“또 –50이 될 바엔
억척스럽게 버티고 일하고 아픈 것보다
나를 아끼고 조금이라도 행복한 삶을 살자.”
그 결심은 처음엔 두려웠다.
나를 아낀다는 말이 사치처럼 느껴졌었다.
참고, 버티고, 더 해야 한다는 생각에
익숙해져 있었고
쉬면 불안했고 놀면 눈치가 보였다.
하지만 요즘 조금씩 깨닫고 있다.
그렇게 버티는 동안
‘나는 나를 갉아먹고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그래서 무리해서 일하던 시간을 줄이고,
몸이 아닌
마음이 좋아하는 걸 하기 시작했다.
등산도 하고, 낚시도 가고,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하늘을 바라보며
산책하는 시간도 갖는다.
다이어트도 시작했다.
몸을 가볍게 만들면
마음도 가벼워질 것 같았다.
그렇게 살아가는 두어 달 동안
내 안의 무언가가
다시 살아나는 걸 느끼고 있다.
누군가는 게으르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왜 산책하고, 낚시를 하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난 단순하다.
그냥, 술 마시고 담배 피우는 것보다
건강하니까!
그리고
이렇게 여유롭게 산책하고
낚시도 하는 삶,
그게 내가 진짜 원하던 행복이었다.
예전엔 돈이 많아야 행복하다고 믿었다.
그리고
돈으로 행복을 살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다.
경제적 자유가 있어야 여유가 생기고,
여유가 있어야
마음의 평화가 찾아온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내가 잘나서도 돈이 많아서도 아니다.
그건 단지,
내 능력 밖의 영역이라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부터
나의 정신적 건강과 육체적 건강은 더 좋아졌다.
지금은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
내 인생이 지금 –50이라면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조금 더 단단하게 살아가자.
오늘이 -50이라면,
다음엔 –49, 또 그다음엔 –48
그리고 언젠가는 –10이 되고
작대기 하나가 빠져
그냥 10이 되는 날이 오겠지
그렇게 아주 천천히
행복이 쌓여가는 인생을 살고자 한다.
이번에 완벽하게 성공하지 않아도,
100이 되지 않아도 괜찮다.
공든 탑이 무너지랴.
이렇게 쌓은 행복은 떨어져 봐야
0이겠지.
-50이 아니니 얼마나 행복한가?
오늘은 희망을 가졌고,
눈곱만큼 행복했으니
-49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