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친절의 거리
오늘은 오랜만에, 혼자 차려 먹는 밥이 아니라
누군가가 차려주는 음식을 먹고 싶은 날이었다.
그래서
집 1층에 있는 동네 식당으로 향했다.
육개장 전문점이지만
이 집 돈가스는
“여기 사는 사람들”이라면 다 아는
수제 돈가스로 유명하다.
짤랑-
문에 달린 작은 종이 흔들리며
“어서 오세요” 반가운 인사를 하지만
바쁜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웃음기가 없었다.
그때 계산하며 나가시려는 손님에게
사장님이 물었다.
“여행 다녀오셨어요?”
“아, 네~”
짧은 대답에 공기는 묘하게 서먹했다.
순간 필라테스를 운영했을 때 생각이 났다.
그때 나는 센터 운영을 위해
여러 가지 책을 읽었었다.
그중 ‘장사의 신’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일본 요식업계의 전설이라 불리는
우노 다카시의 책이다.
고객의 이름을 기억하고, 마음을 헤아리고,
지나가는 말 한마디까지 챙겨야 한다는 조언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건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마음을 건네는 마케팅이었다.
그때의 나는 그걸 옳다고 믿었고,
친절은 넘칠수록 좋고,
정성은 깊을수록 고객이 더 오래 남는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내가 운영하는 센터에도
그대로 적용하려 했다.
“마음으로 대하면
회원님들이 다 알아주시겠지”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지금은 시대가 많이 달라졌다는 걸 알게 되었다.
센터 앞 삼겹살 전문 식당이
점심시간에 백반을 한다고 해서 들어갔다.
그곳은 가격도 괜찮고 맛도 있었다.
요즘은 백반집이 많이 없어서
더 자주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점심을 먹으러
이곳을 매일 갈 수는 없었다.
개인지도가 있거나 상담이 생기면
식사 시간이 미뤄지거나,
점심시간이 한참을 지난 뒤에야
밥을 먹는 날도 많았기 때문이다.
며칠 만에 그 식당에 갔을 때
사장님은 친절하게 인사를 하며 말했다.
“왜 안 오셨어요? 반찬도 빼놓고 기다렸는데.”
“아이고 죄송해요. 그런데 상담이 있으면
못 올 때도 있으니까 반찬 따로 빼놓지 마세요”
괜히 미안했고
내가 뭔가 잘못한 사람처럼
마음이 불편했다.
그리고 며칠 뒤 다시 갔을 때
사장님이 또 물었다.
“혹시, 반찬이 맛이 없어요?
자주 안 오셔서 맛이 없나 해서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 한구석에 부담감이 몰려왔다.
그 뒤로 나는 그 식당은 가지 않게 되었다.
음식은 맛있었지만,
갈 때마다 죄송한 마음과 부담감에
밥을 편히 먹을 수 없었다.
그때서야 느꼈다.
아, 너무 친절한 것도 상대방은
부담으로 느낄 수 있겠구나.
예전에는 이름을 기억해 주고
관심을 표현하는 것이 정성이고 친절이었다.
그러나 지금 시대의 사람은
거리를 지켜주는 배려를
더 큰 친절로 느낀다.
너무 다가오면 한 걸음 물러서고,
너무 알면 조심스러워지고,
너무 챙겨주면 부담스러워한다.
식당에서도
“왜 안 왔어요?”라고 묻는 것보다,
말없이 사이다 한 병 툭 내어주는 게
훨씬 더 자연스러운 친절이 될 수 있다.
지금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은
누군가가 너무 다가오면 한 발짝 물러서고
모르는 이가 음식을 주면
의심부터 하는 세상이 아니던가.
결국 나는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친절이란
사람의 발걸음을 잡아 두려는 것이 아니라
다음에도 편하게 올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지금 내 앞에 있는 따뜻한 돈가스 한 접시처럼.
내가 누군가에게 건네는 친절이
의심이 아니라 따뜻함으로 닿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