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곁엔 내가 있잖아
음악을 틀어놓고 책을 보고 있었는데
익숙한 옛날 노래가 흘러나왔다.
HOT의 캔디
중학생 때 듣던, 그 노래가
그 시절의 추억까지 함께 데리고 왔다.
잠시 책을 덮고
노랫말에 귀를 기울였다.
- 사실은 오늘 너와의 만남을 정리하고 싶어
널 만날 거야 이런 날 이해해
어렵게 맘 정한 거라 네게 말할 거지만...-
노래를 듣는데 마음이 멈칫했다.
이 노래가 이런 가사였나?
너무 충격이었다.
노래의 멜로디 보다
가사가 내 귀에 쏙쏙 들어와서
잘못 들었나 싶어 검색까지 해 보았지만
내가 아는 그 노래, 그 가사가 맞았다.
헤어지기 위해 만날 거라니,
어렵게 마음을 정한 거라
헤어지자고 말할 거라니!
나는 한 번도 진지하게
가사를 들어본 적이 없었던 거다.
그저 신나는 노래, 멋진 춤선,
귀여운 콘셉트로
그 시절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좋아하던
즐거운 노래였는데
이제야 가사에 귀를 기울여 보니
전혀 신나는 가사가 아니었다.
학창 시절 자주 불렀던 노래의 가사를
생각하며 듣는 것이 30년 만에 처음이었다.
좋아하는 가수라면
그 가수의 노랫말이 어떤 내용인지
깊게 알았으면 좋으련만
난 화려한 겉모습만 좋아했던 게 분명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살면서 이렇게 겉만 보고
속은 모르고 넘어갔던 것들이 있었나?
하는 생각을 하며
가사와 함께 내 삶의 장면들이
투영되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행동에서
의도만 파악하려 했던 순간들.
말투만 듣고 상대의 감정을 추측했던 일들,
조카들이나 교회 아이들의 잘못된 행동에
이유를 묻기보다 어른이라는 이유로
제약부터 두었던 기억들.
가족들이 걱정스레 말을 건넸을 때
그 걱정을 잔소리처럼 받아들였던
지난날도 떠올랐다.
나는 겉만 보고
속을 보지 못한 적이 참 많았구나.
나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순간들을
이렇게 흘려보냈을까?
상대의 속을 모르고 겉만 판단하는 건
언제나 오해를 만든다.
그리고 그 오해는 결국
나를 더 힘들게 만든다는 걸
나는 이제야 조금씩 깨닫고 있다.
살아간다는 건 정말 어렵다.
사람을 이해하는 것도,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도,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도.
하지만 내가 놓쳐서 상대가 힘들어한다면
그건 더 크고 아픈 고통일 테니
오랜 시간 그냥 흘려보냈던 것들을
이제라도 다시 들여다보려 한다.
그러다 보면,
캔디의 마지막 가사처럼
혼자가 아닌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
조금은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다신 너 혼자 아냐 너의 곁엔 내가 있잖아”
HOT의 캔디는 꼭 끝까지 들어야 하는 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