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 스며든 여행의 둘째 날 # 행성 -44
국내 여행의 두 번째 날 아침
기분 좋게 일어났다.
하루의 일과는
성심당에서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전주에 사는 동생을 만나러 가는 것이다.
잘 움직이지 않는 몸뚱이를
잘 달래 가며 주섬주섬 가방을 싸고
성심당으로 출발했다.
날씨도 좋고, 차도 막히지 않고,
여유롭게 차에서 나오는 노래를 따라 흥얼거리며
성심당 DCC 점에 도착했다.
성심당은 다 맛있다고 하지만
그중에 튀김 소보로가 대표적인 메뉴이다.
그로 인해 대기도 많이 생기는데
이곳 DCC 점에는 튀김 소보로만 따로,
그것도 세트로 구매할 수 있는 곳이 있었다.
성심당에 도착한 시간은
아침 10시 30분,
그 이른 시간에도 사람들은 아주 많았다.
하지만
대기가 있는 건 아니어서 바로 입장할 수 있었다.
출구와 입구가 따로 있었다.
입구로 들어서자
고소한 빵 냄새와 버터 냄새에
군침이 절로 돋았다.
얼른 가서 맛있는 빵을 먹고 싶어졌다.
동생이 알려줬던
꼭 먹어봐야 한다는 빵을
다시금 생각해 봤다.
튀김 소보로, 소금빵, 명란 바게트, 베이글
막상 매장 안으로 들어갔을 땐
갖가지 빵 종류와 비주얼에
머릿속이 하얗게 돼버렸다.
이것도 먹고 싶고, 저것도 먹고 싶고,
이건 포장하고,
이건 전주에 있는 동생 선물하고.
정신이 없었다.
빵을 담고 있는 나의 모습에 웃음이 새어 나왔다.
이처럼 한가로이 빵을 고르고 있다니.
얼마 만에 느끼는 여유로움인가.
이제야 정신이 돌아왔다.
나는 오늘 이 자리에서
아점으로 먹고 갈 빵부터 담고,
선물용 빵을 골라 계산대에 줄을 섰다.
이른 아침부터
많은 사람들이 계산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는 것조차 새롭고 낯설었다.
계산을 마친 뒤 2층으로 올라가
커피를 주문하고
차창으로 보이는 매장을 카메라에 담았다.
최대한 사람이 없을 때 찍으려 했지만
이게 최선이었다.
주문한 커피가 나왔다.
오늘의 아침이다.
커피와 소금빵, 그리고 말차 튀김 소보로
그리고 그저 담백할 것 같아 고른
이름 모를 작은 빵.
여유롭게 커피 한 모금 마셔봤다.
씁쓸하고 쌉쌀한 커피 뒷맛은
고소하고 약간의 산미가 느껴지는 맛.
개인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커피 맛이었다.
집이 아닌 곳에서 이토록 여유롭게
음식을 맛보고 즐기며 먹은 게
얼마 만이던가.
역시 여행을 오기 잘했고
아점으로 성심당을 선택하길 잘했다.
아점을 먹고 성심당 바로 건너편에 있는
튀소(튀김소보로) 전문 판매점으로 들어갔다.
전주에 살고 있는 동생에게 줄 선물을 구매하고
다시 차로 돌아왔다.
11시 40분에 대전 성심당 DCC점에서
전주로 출발했다.
아침부터 기분 좋게 시작하는 하루이니
전주에서의 오후도 기분 좋은 시간이 될 듯하다.
전주로 가는 1시간 반의 시간이
노래로 흥얼거리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아이유의 밤편지 노래가 흘러나왔다.
이 밤 그날의 반딧불을
당신의 창 가까이 띄울게요.
음 좋은 꿈이길 바라요.
마지막 가사가 나에게 해주는 말 같았다.
누군가에게는 지루하고,
의미 없게 느껴질 수도 있는 하루.
누군가에게는 그저 반복되는 이 하루가
나에게는 여유롭고 행복한 여행이 되어
꿈같은 선물이니 즐기라는 듯이 느껴졌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글의 내용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니
이 글엔 거창한 메시지도 없다.
그저 별일 없는 하루를 담고 있을 뿐인데
난 왜 이렇게 편안하고 좋은 걸까?
별일 없이 아무 일 없이 그저 기분이 좋고
행복한 것만으로도 오늘 하루를 잘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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