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했던 공모전 준비

나는 글을 사랑하고 있었다. # 행성 -42

by 이청목

신춘문예 공모전 수필 부분에 응모하기 위해

글을 썼다.


공모전에 쓰는 글은 쓰는 내내 부담이 되었다.


문학을 전공한 것도 아니었고,

글 쓰기를 배운 적도 없었다.

다만 글을 좋아할 뿐이었다.


글을 쓰다 보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까지

자연스럽게 정리되곤 했다.


하지만 공모전 글은

내가 그동안 써왔던 글을

평가받는 시험장 같았다.


공모전에 글을 내고 아무런 연락이 없으면,

내 글이 좋지 않은 글이라는 평가를 받을까 봐

초조한 마음도 있었다.


글을 잘 쓰고 싶은 마음에

초안을 다 쓰는 것만 하루가 걸렸고

수정하는데 또 하루가 걸렸다.

그런데도 다시 보면 또 수정할 곳이 생겼다.


밥도 먹지 않고,

눈을 깜박거리지 않아 마르는 줄도 몰랐다.


‘앗’ 눈에서 시린 통증이 있었다.


눈을 감았다 떠도 통증과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13시간째 앉아서 글을 썼던 터라

통증이 생겼다. 이제는 잠시 멈춰야 했다.


마감 날짜에 맞춰 글을 써야 해서,

통증을 이겨내고 며칠을 그렇게 썼다.


그리고 신기한 경험을 했다.


나는 분명 잠들었는데

꿈에서 계속 글을 쓰고 있었다.

아침에 눈을 뜨니, 꿈이 현실까지 번진 듯했다.


눈뜨고 있는 지금이 어제인지 오늘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그저 시계 알람 소리에 맞춰 일어난 것뿐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또 자리에 앉았다.


꿈에서 썼던 글은 생각도 나지 않았다.

도움이 되는 꿈이었다면,

생각이 나야 했는데 그냥 개꿈이었던 모양이다.


친한 작가 동생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

동생 집 앞 무인카페에서 차를 5잔이나 마셨다.

장문이 많다, 반복어, 지시어, 설명하는 글

난 다 받아 적었다.


머릿속에 쏙쏙 들어왔고,

글을 쓰며 궁금했던 것을 속 시원히 풀어줬다.

코치를 받는 내내 즐거웠다.

그야말로 글쓰기 1타 강사였다.


동생은 나를 코치해 주고 집에 가서

기가 빨려서 숙면했다고 했다.


집에 와서 배운 대로 다시 글을 써본다.


하. 까먹었다.

집에 오면서 반은 까먹었고

글을 쓰면서 또 반을 까먹었다.

에이씨라는 말이 왜 생겼는지 알겠다.


그래도 우여곡절 끝에 수필 세 편을 응모했다.


이 글이 잘 쓴 글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고.

작가 동생에게 푸념을 늘어놨다.


수학처럼

1+1=2라는 답이 있는 것도 아니니,

글을 쓰는 사람은 누구나

같은 생각을 할 거란 말을 하며,

그냥 지금을 즐기라고 했다.


이제 와 생각해 보니

나는 글 쓰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하루 13시간씩 그대로 앉아 글 썼던 행동은

내가 글을 싫어했다면 할 수 없었을 거다.


그 시간은 즐거웠고,

내가 살아있는 기분이었다.


글을 다 쓰고 우체국에서 우편을 보냈을 땐

홀가분했다.


잘 쓰고 못쓰고 보다,

이렇게 최선을 다한 내가 대견했다.


앞으로의 행복한 글쓰기와 나의 발전을 위해,

강의나 독서 모임도

지금보다 더 자주 나가야겠다.


공모전 글을 준비하며,

'나는 글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걸

확인했으니


오늘도 나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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