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시간
공모전 준비와 제주도 가족여행까지
쉼 없이 계속된 일상 때문인지
며칠 전부터 몸이 이상했다.
콧물이 맑게 흐르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
누런 콧물과 코막힘으로 바뀌었다.
몸이 아프다는 이유만으로도
평소엔 아무렇지 않던 일상이
버겁게 느껴졌다.
누워 있다 보면
아픈 곳만 더 크게 느껴진다.
코막힘이 심해지면서
얼굴 중앙이 뜨겁고,
인중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감기를 빨리 이겨내고 싶어
옛날 어른들처럼 두꺼운 옷을 입고
땀을 내보기도 했다.
그게 몸을 더 지치게 만든다는 걸
인터넷을 찾아보고서야 알았다.
약을 먹고, 따뜻한 물을 마시고,
몸이 서서히 나아가는 시간을
기다려야 했는데.
나는 억지로 내 몸을 일으켜 세우려 했다.
돌아보면,
난 지금껏 그렇게 살았다.
내일은 상담이 있으니, 오늘은 아프면 안 되고,
교회 일이 있으니 미루면 안 되고,
센터 일도 해야 하니 아파도 버텨야 하고.
나는 늘
지금 아프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살았다.
올해는 유난히 아팠다.
폐렴도 그랬고 감기도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예전엔 감기 한 번 걸리지 않던 몸이었는데
이제야 내 건강이 다 회복되지 않았다는 걸
조용히 받아들였다.
지금은 잘 먹고 잘 쉬어야 하는 시기였다.
집 안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따뜻한 물을 자주 마시고,
천천히 숨을 고르다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프다는 건
내 몸이 잠시 쉬자는 신호였다는 걸.
쉼 없이 달려온 올해,
몸이 이렇게 아픈 건
조금만 천천히 가도 괜찮다는
내 안의 목소리였는지도 모른다.
약을 먹는다고
바로 좋아지는 건 아니었다.
회복은 늘 내 기대보다 느렸다.
하루 종일 누운 채로
창밖의 겨울 햇살만
멍하니 바라보던 날도 있었다.
그런 날엔 괜히 마음이 더 쓸쓸해졌다.
밤에는 쉽게 잠들지 못했고
꿈에서도 글을 쓰는 장면이 계속 나왔다.
글이 나에게
얼마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지
몸이 먼저 알고 있었던 걸까.
아플 때조차 글을 생각한다는 게
신기하면서도 어딘가 짠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콧물의 양이 조금 줄고
코막힘이 덜 답답하게 느껴지는 때가 왔다.
회복은
내가 원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또 한 번 배웠다.
며칠 만에 잠깐 밖으로 나가
겨울 공기를 마셔 보았다.
찬 기운이 마스크 속으로 스며들었다.
천천히 걸어가는데
몸이 다시 살아나는 느낌이 들었다.
아팠던 며칠은 불편하고 답답했지만
돌이켜보면
내가 나를 돌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해 준 시간이었다.
이제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콧물도 줄었고,
기침도 가라앉았다.
아프고, 멈추고, 들여다보는 시간.
어쩌면 감기는 불청객이 아니라
내 삶에 잠시 들어온 작은 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이 며칠의 기록을
다시 내 삶 속에 조용히 눌러 담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