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멈춰 서 있는 중입니다

앞으로의 나를 생각하며 #행성 -36

by 이청목

연말 들어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자주 생각하게 된다.


무엇을 해야만

살아갈 수 있을까?

살다 보면 해야 할 일들은 끝없이 생긴다.


돈을 벌어야 하고,

어딘가에 소속되어야 하고,

뒤처지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불안해지기도 한다.


그런데 요즘 나는

해야 할 일들 앞에서

잠시 멈춰 서 있었다.


하기 싫어서가 아니었다.


지금의 나에게는

조금 다른 이유가 있었다.


예전의 나는

앞으로 뭘 할지

말할 수 있어야 안심이 됐다.


계획이 없으면 불안했고,

방향이 없으면 뒤처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늘 다음 단계와 목표를 생각하고

준비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이

조금씩 나를 지치게 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나는 지치지 않기 위해

지금 당장 결과가 나오지 않아도 괜찮은 일을

조금만 더 해도 좋을 것 같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이 아니라

나를 버티게 하는 하루의 일.


요즘은 아무도 보지 않는 시간이

점점 중요하게 느껴진다.


혼자 걷는 길, 오래 앉아 있던 벤치,

생각이 많아지는 밤.


예전에는 이런

시간을 낭비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게 느껴진다.


앞으로 나는

이런 시간을 즐겨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주고 싶다.


누군가와 함께하지 않아도,

어디에 속해 있지 않아도

괜찮은 순간들이 분명히 있다.


그런 시간 덕분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또렷해지기도 한다.


그리고 조금은 천천히 가도

괜찮을 것 같다.


다들 앞서가는 것처럼 보여도

실은 각자의 속도가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빨리 가고,

누군가는 돌아가고,

누군가는 멈춰 서서 주변을 살핀다.


지금의 나는

잠시 멈춰 서 있는 것 같다.


넘어졌던 자리를 정리하고,

놓아야 할 것들을 내려놓고,

다시 살아가기 위해 숨을 고르고 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좋아할 수 있는 것들을

조금씩 찾아가려 한다.


예전처럼 열정적으로 하지 않아도 되고,

잘하지 않아도 되는 그냥 좋아하는 것.


글을 쓰고, 걷는 시간,

아무 생각 없이 음악을 듣고

낚시를 하는 것들.


그런 작은 것들이

나를 다시 사람답게 만든다는 걸

요즘 들어 자주 느낀다.


예전에는

행복이 사람과 돈에서만 온다고 믿었다.


누군가 곁에 있어야 하고,

무언가를 이뤄야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달라진 것 같다.


행복해지기 위해 살아온 모든 과정이

행복의 일부였다는 걸 알았다.


늘 웃고 있지 않아도,

늘 기분이 좋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다.


앞으로의 나는

무언가를 더 잘하기보다

나를 더 행복하게 대하는

사람이고 싶다.


거창하지 않아도

오늘 하루를 잘 살았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그래서 오늘도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오늘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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