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안에 남겨진 열세 살의 나에게

과거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

by 이청목

교회 동생과 카페에 갔다.

동생이 뜬금없는 질문을 했다.


"지금의 기억과 생각을 모두 가지고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어요?"


평소에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어서

고민했다.


동생은 고민하는 나를 보고

왜 고민하는지 모르겠다며

바로 20대로 나와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다.


하지만 나의 20대 시절은 아픔이 많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돈도 용기도 없고, 자신감도 없었다.


그래서

20대로는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는 13살로 돌아가고 싶었다.


초등학교의 마지막

겨울방학이 되기 전이었다.


어른들은 중학교에 올라가면

공부가 어려워질 거라고 했다.


하지만

학교 선생님과 학원 선생님들의 말과는 달리

그 당시 나는 공부에 눈이 뜨여서,

공부하는 게 너무 재미있었다.


알파벳과 영어 단어를 외우고

수학 문제를 풀면서 답을 맞히면,

해냈다는 희열이 생겼다.


그리고 학원에서 칭찬을 받으면

더 잘하고 싶은 생각에

매일 공부했다.


어느 날 학원을 마치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와 같은 학원에 다니던

학교 친구들 세 명이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마자

친구들은 나를 밀치고 때리기 시작했다.


세 명이 때려도 맞서 싸우려 했지만

그 친구들은 나보다 키도 컸고 덩치도 컸다.


3층에서 1층까지 내려가는 그 몇 초가

끝없이 길게 느껴졌다.

그저 엘리베이터의 속도가

원망스러웠다.


1층에 도착한 후 친구들은 부리나케 도망갔다.


계단에 앉아서 울다가 너무 속상한 마음에

선생님께 일렀다.


선생님은 나를 진정시켜 주며 말했다.


“그 친구들이 샘이 나서 그런 것 같아”


자기들보다 공부를 더 잘하고

칭찬도 많이 받으니까 그런 거 같다고

따끔히 말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난 무서웠다.

또 그 친구들이 나에게 해코지할 것 같았다.


그 후로 학원을 가지 않았다.


그리고 겨울 사이에 우리 집은

서울 영등포에서 경기도 부천으로 이사를 했다.


겨울방학 때 학교 전학 문제로

영등포에 다녀와야 했다.

그때 학원에 잠시 들렀다.


학원 선생님은 넌 공부에 소질이 있으니까

공부를 쉬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나는 공부를 하지 않았다.


겨울방학이 끝났고

중학교에 입학했다.


중학교 1학년 1학기

처음으로 본 중간고사에서

공부하지 않았는데 7등을 했다.


그때는

공부를 안 해도 이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공부 잘하면 친구들한테 미움받으니까.


지금 생각하면 너무 철이 없고 불쌍한 생각이다.


그 후로

2학기부터는 50명 중 30등을 했다.

2학년이 올라가고부터는

걷잡을 수 없이 뒤처졌다.


공부해도 늘지 않았고

집중이 되지도 않았다.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할 수 있는지 몰랐다.


그렇게 중학교 내내 공부를 못했고,

고등학교는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리고

고등학교 3학년 때 취업을 나와 일을 시작했다.


그래서 다시 돌아간다면

그때 엘리베이터 안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 녀석들을 한 대씩 쥐어박고 싶지만


지금의 생각 그대로 가지고 돌아간다면

나는 어른일 테니,

친구 녀석들을 잘 타일러서

스터디 그룹을 만들고 공부를 하고 싶다.


그러면 나의 미래가 조금은 바뀌지 않을까?


그때의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청목아, 친구들이 때려서 아팠지

맞은 것보다 마음이 더 아프다는 거 알아.

서운하기도 하고 무서웠을 거야.


그 친구들이 때린 건,

너무 어린 마음에 너처럼 되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되니까 그런 거야.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친구들이 미워도

친구들을 용서해 주고 함께 공부해.


용서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

용서를 배운 청목이는 더 훌륭한 어른이 될 거야.

친구들 때문에 공부를 포기하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