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를 피우던 17세의 나에게

과거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

by 이청목

동네 뒷골목에서

고등학생들이 모여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걸 발견했다.


요즘은 사복을 입으면

성인인지 고등학생인지 잘 분간이 안 가지만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성인인지 아닌지는

바로 알아볼 수가 있다.


골목에서 담배를 피우고,

바지 주머니에 한 손을 집어넣고 있고,

바닥에 침을 뱉으면 고등학생이다.


그래도 아이들은 골목 안쪽으로 숨어 있었다.

자기 행동이 떳떳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는 얼굴이다.


아이들을 보니 옛날의 내가 생각났다.




나는 공업고등학교를 나왔다.


어릴 적부터

태권도와 합기도를 배우며,

나름 예의는 있는 학생으로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다니고 있던 체육관에는

우리 학교 선배들이 많았다.


학기 초마다 서로의 기싸움이 벌어지는

공고에서 선배들의 역할이

나에게 큰 안식처가 됐다.


머리가 이제 크기 시작한

17세의 남자아이들은

교실에서 대화하며 서로의 기를 알아본다.


이때가 소위 말하는 일진들이

판을 치던 세상이었다.


나는 키가 작아서

더 많은 친구가 기싸움을 하러 다가오곤 했다.


선배들의 조언이 있었다.


“무조건 졸지 마라

싸움이 나면 무조건 선빵을 날려라.”


나에게 다가오는 친구들은

나는 이길 것 같아서 오는 친구들이었다.


한마디로,

대단히 싸움을 잘하는 애들이거나

덩치가 좋은 친구들이 아니었다.


그리고

‘건들면 선빵이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

기싸움에서 밀린 적이 없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싸움을 하지 않았는데도

‘쟤는 운동하는 애라 건드리면 안 돼’라는

사람으로 인식되어있었다.


어느 날, 반 친구들이 노래방을 가자고 했다.

일진이 되고 싶어 했지만 되지 못한 친구였다.

그 친구는 나에게 담배를 피우냐고 물었다.


“하나 할래?”


“나 담배 안 피워”


“왜 안 펴? 어차피 군대 가면 다 필 건데”


그 친구들은

집에 돌아가기 싫은 사연이

하나씩은 가지고 있던 친구들이었다.


그나마 우리 집은 IMF가 세상에 나오기 전까진

가장 평범한 집이었다.


난 그 친구들과 하루하루 지날수록 가까워졌다.

집안 사정을 듣고 나니 더 친하게 되었다.


친구가 담배를 피우다 나에게 줬다.

그리고 그 친구를 위로해 주기 위해선

내가 담배를 피워야 하는 순간이 되었다.


첫 담배를 한 모금 쭈욱 빨아 삼켰다.

메케한 담배 연기에 숨이 턱 막히고

기침과 침이 같이 나왔다.

구역질에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이걸 왜 피우는 거야?”


“괜찮아 금방 괜찮아져”


“오늘 옆 학교 여자애들하고 미팅 있어 알지?”


나는 처음으로 고등학교 때 미팅을 나갔다.


미팅에 나온 여자아이들에게

귀엽다는 말을 처음 들었다.


그때 나에게 귀엽다는 말은 이렇게 들렸다.


“얘 키도 작고 얼굴이 잘생긴 것도 아니고

못생긴 것도 아니고 그냥 중간이네”


나는 귀엽다는 말에

담배를 하나 집어 들고

한쪽 눈썹을 올리며 최대한 거만한 자세로

담배를 피웠다.


그리고 그중에 괜찮은 여자아이가 나에게

번호를 물어봤다.


그날 이후 담배는 멋이 되었다.


그 뒤로 나는 담배를 21년 동안 피웠다.


나에게 번호를 물어본 아이랑은

1주일 사귀고 헤어졌다.


지금 생각해 보면 별것 아닌 일들이었다.


하지만 17살의 나에겐

담배가 자존심이었고,

친구들과 소통하던 시간이었고,

나를 깔보지 못하게 하는 기싸움의 도구였다.


17살의 나에게 얘기해 주고 싶다.


"청목아

지금 네가 친구들과 함께 하는 행동은

옳은 행동이 아니라는 거,

너도 알고 있지.


그 친구들과 기싸움을 하려고,

친해지려고 담배를 피울 필요 없어


굳이 담배를 피우지 않아도

너는 이미 충분히 괜찮은 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