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방법을 몰랐던 스무 살

과거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

by 이청목

산책을 마치고 집에 들어오는 길이었다.


예쁘게 커플티를 맞춰 입고

알콩달콩 데이트하고 있는

커플이 보였다.


언뜻 봐도 20대 초반.


함박웃음을 하고 있는

그들을 바라보기만 해도

미소가 지어졌다.


그들이 마냥 부럽다.

나에게도 그런 스무 살이 있었다.


좋아해 본 적이 없어서

좋아하는지조차 몰랐던,

서툴고 순수했던 나의 스무 살.


그날의 공기가,

오래 묻어두었던 기억을 꺼내놓았다.




나의 첫사랑이었다.


고등학생 때부터 알고 지내던

1살 많은 누나였다.


스무 살이 되면서 누나와 누나 친구 두 명과

나와 내 친구, 총 다섯 명이

대천 해수욕장에 여행을 갔었다.


4인용 텐트를 하나치고 책상을 주워 와서

해가 떨어지지도 않은 시간부터

삼겹살 파티를 벌였다.


배부르게 먹고

본격적으로 술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누나는 게임을 정말 못했다.

게임에 걸린 누나는

걸리는 족족 술을 마셨다.


누나는 술을 정말 잘 마셨다.


가끔은 나에게 재미 삼아 흑기사를 부르면

나는 거부를 하고,

누나에게 두 잔을 마시게 했다.


그렇게 먹여야 비슷하게 취하는 정도였다.


누나는 게임에 걸리지 않아도

술을 마셨다.


분위기가 무르익고 다들 술에 취해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때마침 해가 뉘엿뉘엿 지며

새빨간 노을이 지고 있었다.


옆에 있던 누나와

환상적인 노을이 한데 겹쳤다.

누나의 게슴츠레 떠진 눈과 미소에

눈길이 가기 시작했다.


갑자기 가슴속이 몽글몽글해지고,

심장이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내 심장 소리가 들킬까 봐

가슴 위로 팔짱을 끼고 있었다.


누나는 내 팔을 '툭툭' 치며

화장실에 다녀오자고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공중화장실엔

여자, 남자가 따로 있지 않아서

밖에서 지켜달라는 거였다.


화장실을 가는 동안 나란히 함께 걸었다.


마치 누나의 남자 친구가 된 것 마냥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화장실 앞에서는

진짜 흑기사처럼 딱딱하게 서서

지키고 있었다.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지?

누나를 좋아하는 건가?


누군가를 처음 좋아하다 보니

나는 좋아하는 감정이 뭔지도 몰랐다.

그때 화장실에서 누나가 나왔다.


밝게 웃으며

내 이름을 불러 주는 누나를 봤다.

진정되었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누나를 좋아하는 게 확실했다!


당장이라도 손을 잡고 고백하고 싶었지만

그럴 용기는 나지도 않았다.


우물쭈물 싱겁게 웃으며

다시 돌아왔다.


좁은 텐트 하나에서

5명이 구겨져 잠을 자면서도 힘들지 않았다.


누나 바로 옆에 있다는 것과

누나의 팔이 내 팔과 닿았다는 기분에,

심장은 밤새 뛰었고 잠은 오지 않았다.


화장실을 다녀오면 자리가 바뀔까 봐

꾹 참고 버텼다.


긴 밤을 지새우는 동안

어떻게 하면 누나에게

마음을 전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누나한테 고백했다가 거절당하면 어쩌지?

그냥 누나·동생 사이로 지내는 게 좋은 건가?

그건 싫은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나 자신이 못난이 같았다.


돌아가면 꼭 누나에게 고백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밤을 새웠었다.


그때의 아련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 누나와는 결국 사귀지 못했다.

내가 너무 동생 같다는 이유였다.


그때 나는,

좋아하는 마음보다

좋아하는 방법을 더 몰랐다.


설렘이 가득했던 나의 20살.


옛날 생각을 하니

저 멀리 멀어져 가는 커플이

더 예뻐 보인다.


그때의 나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용기를 내, 청목아.


안 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하고 후회하는 게

덜 후회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