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린 하루를 살아가며

연락을 기다리던 하루 # 행성 -34

by 이청목

답답했다.


며칠 전 면접 볼 때 울어버린 뒤부터

면접을 망쳤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서른 군데나 이력서를 넣었는데

오라는 곳은 아직 한 군데도 없었다.


머리가 아파서 눈을 감았다.


눈을 떴을 땐 천장에 달린

에어컨만 보였다.


내가 이렇게 누워서 뭘 하고 있나.


서른 군데를 넣어서 오라는 곳이 없으면

또 이력서 넣고 갈 곳을 찾아야지.


'이렇게 무너질 순 없다'는 생각이

갑작스럽게 들었다.


정신을 차리려고

차 키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가까운 한강공원에 차를 세웠다.


하늘은 맑았고 바람은 차가웠다.

그제야 오늘 하늘이

유난히 깨끗하다는 걸 알았다.


이 깨끗한 하늘처럼

나의 슬픔과 눈물의 자국도

깨끗이 지워지기를 바랐다.


그렇게 바람을 쐬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기분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뒤

나는 다시 이력서를 넣기 시작했다.


나를 불러 주는 곳이라면

열심히 해보겠다는 각오였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면접 봤던 곳에서 연락이 오길 바랐다.




면접 본 회사에서

연락을 주기로 했던 날이 되었다.


그날은 아침부터 긴장이 됐다.


12시 전후로 연락을 준다던 회사는

11시 50분이 되어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12시 30분이 되었는데

연락이 오지 않았다.


긴장하지 않은 척 혼자 밥상을 차렸다.


목구멍으로 넘어가지도 않는

밥알을 씹으며,

눈과 귀는 핸드폰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1시가 되고 1시 10분이 되고,

연락이 왔으면 하는 바람과

또 연락이 오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뒤엉켜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그리고 1시 30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네, 안녕하세요. 면접 보셨던 곳입니다.

합격을 축하합니다.”


아…. 목이 메었다.


통화를 마친 후 방방 뛸 듯이 기분이 좋았다.

이제 뭐라도 할 수 있는 듯했다.


이제 겨우 면접에 합격한 전화를 받았는데

벌써 회사를 다니고,

월급도 받고 있고, 마치 성공을 한 것 같은

마음이었다.


그때 마침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면접 소식을 알리니

축하 커피 한 잔 하자며 나를 불러냈다.

기쁜 마음으로 간다고 했다.


친구한테 가는 동안

차에서 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언제 그렇게 우울했었냐는 듯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그리고 가는 동안에도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생각들은 곧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만약 연락이 온 회사가

제대로 된 회사가 아니면 어쩌지?

면접 봤을 때 얘기해 준 일과

다른 일을 시키면 어쩌지?

사람들이 불편하게 하면 어쩌지?


하…. 사람은 참 간사하다.

아니 나는 참 간사하다.


언제는 면접에 꼭 붙고 싶다고 하더니

이제는 들어가서 어떨지 걱정하고 있다.

일단 가보면 될 것을.


생각해 보면

나는 늘 결과 앞에서만

나 자신을 평가해 왔던 것 같다.


좋은 일이 있으면 잘 해낸 하루고,

안 좋은 일이 있으면 실패한 하루라고.



오늘 하루동안 울었고,

밖으로 나갔고, 다시 이력서를 넣었고,

기다렸고, 기뻐했고, 또 불안해했다.


그 모든 감정이

오늘 하루 안에 다 들어 있었다.


어쩌면 잘 살아간다는 건

늘 단단한 상태로 버티는 게 아니라,

이렇게 흔들리면서도

다시 방향을 잡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오늘의 나는 완벽하지 않았지만,

도망치지도 않았다.


그래서 오늘 하루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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