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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윤민정 Dec 15. 2023

2023-12-12

일주일에 두 번, 도서관에서 피아노 수업을 듣기 전에 도서관 내에 있는 카페에서 도려령과 베이글을 먹는다. 카페엔 햇빛이 잘 든다. 이 데이트 시간이 정말 좋다. 착하고 성실하게 존재하고 있는 기분. 지금 이 순간 나에게 미움이나 악의, 거창한 욕망이 없다는 점에서 착하고, 최대한 이 시간을 느끼고 싶어서 집중한다는 의미에서 성실하다. 지나간 일을 생각하거나 앞으로 다가올 일을 그리지 않는다. 햇빛이 비치는 너의 웃는 모습을 붙잡고 싶어. 내 마음이 온통 이 모습에 의존하고 있다. 이 모습이 내 일상에 규칙과 리듬을 부여하고, 지속성을 약속한다. 너는 어제도 나를 보고 웃었지. 오늘밤에도 그렇게 할 거야. 금방 낡고 빛이 바랠 돌아오지 않는 시간. '아' 하고 입을 벌려서 베이글을 먹자. 커피를 마시고 서로 눈을 바라보자. 


오랫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고 생각했는데 하나의 작품으로 직조하지 않았을 뿐이지 쓰면서 살고 있다. 신여성에서 여러 글쓰기 모임을 진행하며 썼던 낱장의 조각들. 예전엔 묶이지 않는 글은 '글'이라고 하기엔 미달되는 무언가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굳이 엮고 꿰지 않아도 글은 글이다. 요즘은 '집필'을 하기보다는 내 삶과 글쓰기가 함께 흘러가도록 두고 싶고, 그렇게 묶지 않고 흘러가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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