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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윤민정 Jan 17. 2024

2024-01-17

하, 잡무로 썩어가는 인생... 진짜 왜 이렇게 잡다하게 해야 할 일이 많나? 하나가 밀리면 다른 일들이 우르르 밀리고 중요하다고 생각한 일은 하나도 하지 못한 채 하루가 간다. 작년에 도저히 건강검진 받으러 갈 시간이 나지 않아서 1월엔 꼭 가자 했는데 벌써 1월 중순이 되었네. 1월 말까지 시간이 날까?

잡무로 인생을 허비하는 건 나만이 아니다. 애인도 만날 천날 구글 드라이브, 엑셀 파일을 정리하고 있고, 난 그 모습을 보며 혀를 끌끌 찬다.
"자기야, 자기는 왜 살아? 구글 드라이브 정리하려고 살아? 다 정리하고 나면 죽는 거야? 자기는 구글 회사 부품이야?"
애인은 하하하 웃고 나도 하하하 웃는다.

우리는 인스타그램의 부품이다. 다채로운 콘텐츠를 만들어서 인스타그램을 보다 풍요로운 플랫폼으로 일구느라 수명을 쓰는 거지.

그리고,
이메일을 정리하다가 죽는 거지.
장부의 데이터를 정리하고 죽는 거지.

'잡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자신을 다독일 때도 있었다. 이게 사실은 중요한 일이야. 네가 일에서 보람 느끼는 순간은 드물게 찾아오는 보너스 같은 거고, 사실 네 일의 본질은, 네 삶의 핵심 요소는 이메일과 카톡 응답/장부 데이터 정리/플랫폼 콘텐츠 만들기/지원사업 서류 쓰기/화분 물주기/화장실 청소/건물주랑 소리 지르면서 싸우기야. 이것이 너의 직업이야.


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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