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와 삼천만 원

by 배윤민정

배우자인 D의 외도 사실을 알고 이혼 절차를 밟을 때 가장 먼저 의논한 문제는 재산 분할이었다. 나는 그가 결혼할 때 가져온 돈을 내가 모두 갖겠다고 말했고 그는 동의했다.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금액이었지만 내가 노동 소득으로 모아본 적이 없는 액수인 건 사실이었다. 변호사와 상담했을 때 통상적으로 유책 배우자에게서 받을 수 있는 위자료는 삼천만 원 정도가 한계라고 들었다. 그가 나에게 주기로 한 돈은 그 액수를 훌쩍 넘는 것이어서 처음에는 나쁘지 않은 조건이라고 생각했다.


이삼 주가 지나면서 슬그머니 다른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살던 전셋집의 보증금은 세 사람의 돈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결혼하면서 내가 가져온 돈, D가 가져온 돈, 그리고 D의 아버지 돈. 이 년 전 전세 재계약을 하던 시점에 그의 아버지에게 육천만 원을 빌렸던 것이다. 은행의 전세자금 대출을 이용하면 이자가 더 적었지만, 단돈 얼마라도 아는 사람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것이 낫다는 생각에 결정한 일이었다. D는 자신의 이름으로 아버지에게 차용증을 썼고 매달 법정 이자만큼의 금액을 보냈다.


이제 이 육천만 원도 갖고 싶었다. 그의 가족에게서 빌린 돈이므로 아무런 명분도 없었지만 나는 통보했다.

“아버지에게 빌린 돈도 못 줘. 내가 다 가질 거야. 너도 너 하고 싶은 대로 했으니까 나도 그렇게 할 거야.”

“그건 힘들어. 아버지한테 뭐라고 해?”

“몰라. 네가 벌어서 갚든가 아버지를 설득해보든가.”

이혼 절차를 밟기 직전 그는 회사를 그만뒀고 자기 앞으로 따로 모아놓은 돈도 없었다. 한마디로 이제 그는 알거지나 다름없는 신세였다. 그는 호소했다. 아버지에게 빌린 돈은 반드시 돌려드려야 한다, 다시 일을 시작하면 나에게 매달 돈을 부치겠다, 아니면 직장인 대출을 받아서라도 주겠다…. 너무 막다른 골목으로 일을 몰아가면 그가 내놓기로 한 돈도 날아갈지 모른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나는 잠깐 침묵하다가 말했다.

“그럼 반은 줄게. 빌린 돈 중 삼천만 원만 내가 가져 가는 걸로 하자. 한 푼도 주고 싶지 않지만, 내가 마음 약한 거 알지?”

그는 아버지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며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해?”

원망이 가득한 그의 눈을 보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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