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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유 Nov 02. 2023

소방관 아저씨들이 돌아다닌다.


창문밖으로 거의 모든 동네풍경이 한눈에 보인다.


우리집은 아파트 가장 꼭대기층이고, 근처는 좁은 골목골목 빌라촌이기 때문이다.


집에 있노라면 종종 사이렌 소리가 들리고 나는 그럴 때마다 창문밖을 내다본다.  


어느 골목으로 들어와서 어디 골목으로 들어가는지, 또 불법주차 차량때문에 곤란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건 아닌지.  


오지랖이 넓은 아주머니는 그렇게 맨 위에서 내려다보며 어쩔줄 몰라 발을 동동 구른다.  



그런데 어제는 조금 달랐다.  


1대, 2대, 3대, 4대 쪼르륵 들어오는 것까지는 평이(?)한 상황인데, 소방관 아저씨 여럿이 소방차 옆을 서성이며 따라가신다.  


워낙 상습적인 불통구역이라서 차량 단속하려고, 전화해서 협조요청하려고 걸어다니시는걸까? 싶은 찰나,  


몇몇 소방관분들이 든 피켓도 보이고, 또 몇몇 소방관분들은 전단지 같은 걸 나눠주시는 거 같다.  



뭘까, 아주머니 또 되게 궁금해지네..  


- 추측 1. 불법주차 차량에 대한 협조문

- 추측 2. 소방관 처우에 관한 개선요구  


그게 뭐든 상관없다.  


결론적으로 그분들이 근무하기에 불편한 환경이란 뜻일거고, 나는 그 피켓과 전단지의 내용이 뭐든 지지한다.  


삶이 요즘 녹록치 않다.


쓰기에 대한 권태와 회의가 몰려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쓰기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크든 작든 내 글이 힘을 얻어 세상 어떤 곳의 조그만 변화, 인식의 개선이라도 일으킬 수 있길 바라기 때문이다.  


다른 능력이 있으면 다른 식으로 세상을 조금 더 나아지게 돕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내게는 다른 방법이 없다.


내세울게 없는, 보잘 것 없는 작은 재주지만 어떤 식으로든 세상 구석구석의 꼭 필요한 곳, 미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을 보고 듣고, 글로 전해 조금 더 좋아지는 일에 보태고 싶다.


간절한 마음이 하늘이든, 땅이든 닿았으면 좋겠다.  


지금, 잡다한 동네 이야기처럼 보이는 이 글을 쓰는 이유도 마찬가지. 이유는 단 한가지. 그뿐이다.


발길이 닿는 곳 하나하나 피어나
어느새 환해진 그곳에

넘어설 무엇도 뒤처지는 걱정도
어느새 멀어진 그곳에

난 그런 꿈을 꾸어요.
빛날 필요 없이 아름다운 나를

Dream, 나 울어도 슬픈 게 아니죠.
아픈 마음이 다 녹아내릴 뿐
나를 눈이 아닌 맘으로 봐요.
그 안에서 또 피어날 나를

눈길이 없는 곳 박수갈채 없는 곳
그곳에 홀로 서 있을 때

나만이 오롯이 나를 바라보는 곳
거기서 웃을 수 있을 때

난 그런 나를 믿어요.
날 사랑해줄 수 있는 내 모습을

Dream, 나 울어도 슬픈 게 아니죠.
아픈 마음이 다 녹아내릴 뿐
나를 눈이 아닌 맘으로 봐요.
그 안에서 또 피어날 나를

어디까지 온 건지 뒤돌아보면
저 많은 발자국들 그걸로 됐어.

난 잘 하고 있어. 내 삶이니까 내 길이니까

Dream, 나 울어도 슬픈 게 아니죠.
아픈 마음이 다 녹아내릴 뿐
나를 눈이 아닌 맘으로 봐요.
그 안에서 또 피어날 나를

Dream, 나 손을 내밀면 놀라지 말고
날 말없이 일으켜 줄래요.
나와 잠시 함께 길을 걸어요.
한 사람만큼 넓어진 길을

<얼음꽃> iu.김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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