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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유 Nov 21. 2023

젊은이, 아줌마가 미안하네


성비가 맞지 않는 동네에서 살고 있다.


발령이 잦은 군인들, 기러기 아빠들이 많은 동네다. 근처 대학이 있어서 젊은이들도 제법 많다.


밤산책을 나서면 집에 기다리는 부모나 처자식이 없는 자유로운 영혼들은 삼삼오오 모여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기 위해 길에 모여 낄낄낄 깔깔깔 즐겁다.


뭐, 가끔 부럽다. 나도 저럴 때가 있었지.


흡연자가 많은 회사에 자주 다녀서 담배냄새에 아주 민감한 편은 아니건만, 좁은 길 모여서 피우는 담배에는 취약하다.


더욱이 수건 돌리기를 하듯 동그랗게 모인 담배무리 사이를 돌파하는 일은 얼굴이 두꺼운 나에게도 부담스러운 일이다.


아침에도 출근과 등교를 앞두고 길을 나서기 전, 하늘을 올려다보며 멍하게 서서 담배를 태우는 이들이 꽤 있다.


그들은 꽤나 여유로워 보이고, 가끔 자주 굉장히 고뇌에 차보인다.  


'오늘,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있나보군.'


동네에서 흔히 맞닥뜨리게 되는 풍경이다 보니 좁은 담배로드 건너편으로 다니는 버릇이 생겼다.


길이 워낙 좁다보니 차도라고 볼 순 없지만 인도는 아니다.


그러던 어느 날, 며칠 전이다.


줄줄이 주차된 차 옆으로 바짝 걷다가 길 건너 인도로 다시 건너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근길, 인도가 아닌 길을 걷기엔 너무 위험하고 번잡스럽다. 차도 나도.


해서 좁은 찻길을 깡총깡총 건너, 인도로 진입하는 찰나.


젊은이가 괴음을 단전에서 순식간에 끌어올린다.


카아아~아! 악!!!!  


순간 나와 눈이 마주친다.


아직 양심이 살아있는 젊은이는 "퉤"못했다.


최선을 다해 끌어모은 몽글한 '그것'을 입에 머금고 걸어가는 젊은이가 앞서 걷고, 내가 뒤따른다.


아... 아침을 개운하게 시작할 수 있었는데, 찝찝하겠구먼.. 뒷모습이 애잔하다.



젊은이, 아줌마가 미안해.
깜짝 놀라고 답답했지? 참, 불편하고 말야.  

그러게 그러니까 말야.
이번 기회에 담배를 좀 줄여보는 건 어떤가.
모르긴 해도 담배값도 자꾸 오르던데...

내가 가스비를 걱정하듯,
자네도 오르는 담배값 걱정이지 않을까 싶어.

그래도 자네가 나보다 상황이 낫네!

나는 난방을 안하고 살 순 없지만,
젊은이는 담배를 줄일 수 있지 않은가.

오늘의 찝찝한 기분이
담배에 관한 근본적인 회의감을 안겨줬으면 하네.

그래서 자네가 더 건강해졌으면 하네.

아줌마도, 아들이 있고.
담배를 피우는 자네만한 조카가 있다네.

아줌마가 되면 원래 걱정이 많아져.
너무 꼽게 생각하지 말고.
진짜 걱정되서 하는 말이라네.

- 커피골초, 동네 아줌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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