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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유 Jan 02. 2024

나홀로, 기자회견

그저 관망하며 쉬고 있었다. 그새 브런치북프로젝트 당선작 발표가 났고 예상대로 나는 없었다.


쓰는 사람이긴 하지만 절대적인 시간이 오래되진 않았기에 '덜컥, 큰상'은 욕심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기대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엉뚱하게도 나는 쓰기보다 다른 측면에서 자신이 있었다. 직장생활 전반, 기획과 마케팅팀에 걸쳐 있었기에 나는 경쟁력이 있다 자신했다.


더욱이 아나운서 교육도 받은, 북토크 시대에 적합한 인물이 아니던가. 스스로 평가했다. (김치국도 이렇게 제대로 정식으로 한창 차려서 마시는 나란 여자, 이렇게 웃긴데? 왜?? 안됐지???)


그래서 수상자라면 연락이 와야할 어느 시점부턴 꽤 오래 매일 혼잣말을 했다.


줘도 될텐데 ᆢ이상하다. 슈퍼 그-뤠이트까진 모르겠지만, 줘도 이상하진 않을텐데. 왜 연락이 없지?


상을 맡겨놓은 사람처럼. 그렇게 자주 중얼거렸다.


여담이지만 나는 늘 그런 식이다. 로또 당첨자 발표때도


이상하네? 이상하게 안되네ᆢ


어느날인가, 내 혼잣말을 들은 친구 남편은 갸우뚱해 하며 말했다.


그거 되는게 이상한거 아닌가? 안되는게 이상한가?


여.하.튼. 10명의 문은 좁디좁단걸 이해하기엔 나는 나를 너무나 사랑했다.


여.하.튼. 상을 받지 못했다.


연말 놀면서도 틈틈이 올라오는 탈락관련 브런치글들을 보며 나도 입장문을 발표해야 하나 싶었다.


서로 사랑한줄 알았는데, 막상 결정적인 그날 저쪽에선 "특별하지 않다"라고 선을 그으니. 이쪽에선 당황스러운 건 사실이다. 나는 정말 사랑했는데.


나와 특별한 관계도 아니지만, 나아가 "따로 사랑하는 이가 있다"는 그쪽 입장을 보며 다소 배신감마저 느꼈다.


그래도 수퍼갑의 발표가 끝난 마당에 이쪽 입장표명이 무슨 상관이 있으랴. 관망을 너머 침묵했다.


놀기로 했으니, 추잡하게 굴지 말고, 질척대지 말고 그냥 놀자. 찝찝하지만 놀기로 했으니 그냥 놀아.


크리스마스 이브. 브런치에 들어가보니 그새 구독자 천명 돌파 알람이 와있었다.


글을 쓰지도, 출판사 10곳의 선택을 받지도 않았으나 글을 이어가야겠다, 담담한 결심이 내안에 곧추 선다.


신뢰를 얻기 위해 원조 신당동 떡볶이 마복림 할머니처럼 얼굴도 깠지만 외면 당했다. 그래도 손님은 줄지 않으니 나는 앞으로도 성실하게 장사하겠다.


손님이 보든 안보든 정직하게. 손님을 맞을땐 더없이 기쁜 마음으로. 없을때는 더 부단히 노력하고, 연구하며, 진실된 마음으로 한 자 한 자 내 안의 이야기를 받아 쓰겠다.  


음식도 글도 성공하려면 타고난 솜씨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정성과 애정 어린 노력은 배반하지 않는다. 결국 시간이 증명해 낸다.


그래, 홀가분하니 차라리 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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