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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유 Sep 13. 2022

한 장, 한 잔 주거니 받거니 하는 독서

 띵 <나라 잃은 백성처럼 마신 다음날에는-해장음식>

웹툰 <술꾼도시처녀들>의 작가가 아니었다고 해도 '띵'시리즈만으로도, '나라잃은 백성처럼'이란 표현만으로도 무작정 읽기 시작했을 책.

"이야~~갱~~장하구나!!!" 싶은 부분은 없었다. 굉장한 통찰력, 깨달음 등을 안겨줘야지만 좋은 책은 아니다. 나는 술술 읽히고 머리를 식혀주는 책, 재미있는 책을 좋아한다.

나는 친구와 주거니 받거니 하는 느낌으로 재미있게 읽었다.

"나라 잃은 백성처럼"이란 표현을 평소에도 자주 쓰는 나로서는 (망연자실..의 느낌으로) "반갑다. 친구야"라는 느낌으로 책을 집었고, 책장을 열기 전부터 닫은 후에도(이 땅의 풍성한 축복에 감사해야 할 신성한 기간 추석 연휴에) 우연처럼, 필연처럼 매일매일 홀로 맥주 500ml (안주 없이) 까던 나에게는 운명 같은 책이기도 했다.

물론 아직 장기를 먹을 수 없는 나에게, 양평해장국은 아직도 어나더레벨의 느껴보고 싶지 않은 불모지로, 의미 없는 구간이었지만...(미깡은 나를 버리고 양평권역으로 건너갔다.)

아.. 이 책을 읽고 우연히 간 편의점 cu에서 훼드라(컵라면)를 봤다. 궁금해서 먹어봤는데, 컵라면임에도 책의 묘사가 면발과 국물에서 정확히 느껴졌다.



"해장? 다 필요 없고 딱 세 가지뿐이야. 잠! 물! 똥!" p.13

"비린 맛 하나 없이 시원한 국물에 만족하여 마음이 유순해진, 그리고 아직 배가 다 차지 않았던 나는 숟가락으로 선지를 톡톡 건드려보았다. 푸딩처럼 말캉했다. (중략) 푸석푸석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가볍고 탱글탱글했다. (중략) 식감이 완벽했다. 질기지도 않고 흐물거리지도 않고, 딱 경계선이었다. 쫄깃하면서 부드럽다." p.59-60

"일단 해장라면을 하나씩 주문하면 청양고추가 그릇 전체를 덮어버린 무시무시한 라면이 나온다. 그걸 한입 먹으면 너무 매워서 계란말이를 시키게 되고, 안주가 나온 이상 소주도 한 병 시킬 수밖에 없다는 게 나의 기적의 논리였다. 허다한 술꾼들이 술을 깨러 들어가서 술을 더 마시고 나오는 곳이 바로 훼드라다. 지금도 같은 자리에서 50년 가까이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데.." p.92

"그런데 해장술이라는 게 있다. 해장을 하면서 같이 곁들이는 술. 또는 해장을 위해 단독으로 마시는 술. 역사는 아주 오래되었다. 기원전 400년경 고대 그리스인이 쓴 문장을 보자.

- 개에 물린 상처엔 그 개의 털을 이용하듯
- 술은 다른 술로 해결하고
- 일은 또 다른 일로 해결하라" p.111

"만약 그런데 해장술이 낮술과 밤술로 이어지면 '장취'상태가 된다. '장취'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는지? '장기간 취해 있는 상태'를 일컫는데"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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