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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유 Sep 03. 2022

오늘은 잡담이자, 넋두리입니다만

공책 <나도 작가다> 그리고 스님의 예언

오늘은 잡담이다.
(아무도 몰랐겠지만) 부끄러움이 많은 편이라 생각보다 대놓고 내 얘기는 자주 하지 않는 편이니. 나름 희귀한 글이라고 봐도 좋겠다. (원래 남의 일기를 보는 즐거움은 쏠쏠하니까)  

#1. 몇 달 전 작은 상을 받으러 갔다가 행사장에서 받은 기념품이다.


'나도 작가다'라고 쓰여있는 노트를 보는 순간 '아, 아직 작가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닐 수도 있고, 그럴 수도 있겠지. 그냥 기분이 별로였던 것도 있겠지.

그런데 뭔가 "나도 작가다"라는 버젓한 문구가 알아봐 달라고 안달난 것처럼 보였다. 자격지심이라 해도 어쩔 수  없다. 그냥 그건 내 기분이니까.

#2. 기념품으로 받은 노트를 오늘 펼쳐보았다. 오.. 문인협에서 만든 노트답게, 아주 종이가 실용적으로 다양하게 잘 구성되어있다. 진작 이런 줄 알았음. 한 권 더 받는 건데 (문구 욕심이란) 돈 주고 살 수 없음이 더 안달나게 만드는 노트다. 처음에는 손이 안 가서, 지금은 아까워서 못 쓰겠다.


#3. 원래 오늘은 책 <어른은 아니고 서른입니다> 독서기록을 남기려 했다. (그런데 너무나 피곤하다.) 일러스트레이터인 저자 니나킴이 글도 쓰고, 그림도 그렸다는데.. 그동안 펴낸 책들 제목이 주옥같다.

<잠시 주춤, 하겠습니다>, <사라지고 싶은 날>, <MOTHER>.

때론 제목이 이미 모든 걸 다하는 경우도 있다. 다독이고 어루만지고 힘을 주는.

니나킴, 벌써 여럿 울렸겠다 싶다.



#4. 펴낸 곳은 21세기북스. 가만히 들여다본다. (음.. 멍 때리는 거다. 의미 없다. 시선이 꽂힌김에..;;;) 모르겠네.. 모르겠다. 조금 더 보자.


#5. (이게 최고의 잡담이 되겠네) 요즘 머리도 아프고 그야말로 삭신이 쑤신다. 글을 제대로 써보려고 마음먹은 첫 주이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용쓰고 있다.


며칠 전, 엄마에게 얘기했다.


"엄마, 나 글 쓰려고. 한 편 썼는데, 괜찮데. 조금 큰 곳도 노려볼만하겠데."


늘 상을 받아와도 너무 애쓰지 말라던 엄마는 작은 한숨을 쉰다.


"그래, 니 너무 고생할까 봐. 안 썼으면 했는데. 그거 말고는 일 너무 벌리지 마라."


여러 생각이 드시겠지. 소설가인 큰 외삼촌 생각도 날 거고 엄마도 아마 기억을 하는 듯하다. 예전에 내가 아주 어렸을 때 덕이 높다고 소문난 어떤 스님이 그랬다고 한다.


이 아이는 그림을 그리면 크게 이름이 날 수도 있겠지만, 아마 그러지 못할 거라고. 그래서 글을 쓰게 될 거라고. 글을 쓰면 이름을 널리 알릴수 있을 거지만  글을 쓰는 건 자기 스스로 자신의 살을 파먹는 것처럼 고된 일이 될거라고.


두고 보면 알겠지만 (두고 보고 웃으며 회상하고 싶고만) 아마 내가 유명했다면 이 얘기도 못썼겠지만 아니니까 지금 쓸 수 있는 얘기다. 정말 그렇게 될까? 그런데 나는 정말 (천부적인 재능은 모르겠지만) 학원을 다니지 않고도 많은 미술대회에서 상을 받았고, 그 많은 상을 받고 주목을 받고도 미대를 가지 못했다.


등이 많이 아파서, 머리가 아파서 집중을 못하겠다는 핑계로 끄적여 본다. 아직 보는 사람은 많이 없으니. 편하게.


(근데ᆢ글을  쓰든ᆢ그림을 그리든 창작은 다 자기 살은 파먹는 작업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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