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하지만,
그날은 약속 있는데요.

짜릿한 첫전형 <온라인 연예전문 신문사>

by 천유

무료하지만 답답한 대학교 4학년 2학기, 어느 날이었다.


아직 더 놀고 싶은데, 취업전선이라니.. 개념 있는 대학교 4학년이라면 구직활동을 시작해야 했고, 싹수가 보이는 4학년이라면 벌써 취직이 예정되어 있어야 하는 그런 나이였다.


때문에 사실 무료하기보다는 아무것도 하기 싫은 무기력 상태라는 표현이 맞을지도 몰랐다. 무튼 평균 이상이 되지 않는다면 평균선이라도 맞춰 살아야 하니, 취업사이트 잡코리아, 인크루트, 사람인을 켜놓았고 그중 어디부터 봐야 할지 몰라 헤매던 중 언론사가 눈에 띄었다.


"옳지. 재밌겠다."



기자라니, 할 일없는 문과생의 (심지어 영어를 못하는 영문학과) 눈에 띈 그럴듯하고 멋진 명함.

게다가 연예부 기자란다. 이렇게 흥미진진할 수가!!!!!!!!!!!!


그렇게 이력서, 자소서를 넣어 놓고 '에라. 나는 할 일 다 했다.'는 마음으로 다시 팽팽 놀던 무방비의 상태에서 전화가 왔다.



"안녕하세요. 000 맞으세요?"

"네..(누구? 어디라고?) 맞습니다."

"아, 지원하신 00000인데,
서류전형 통과하셔서 연락드렸어요. "

"아!!!!!"
(이렇게 한심할 수가, 이걸 보고 돌 깨지는 소리라고 하는 어른들 얘길 어디선가 들었다.)

"혹시 0월 0일 0시 시간이 되시나 해서 연락드렸습니다."

"아... 그날은 제가 약속이 있는데,
다른 날은 안될까요?"

"네??"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그때는 몰랐다.
왜 그녀가 당황했는지.)

"그날은 제가 선약이 있거든요.
다른 날은 되도록 제가 맞춰볼게요."

"아.. 네, 그럼. 알겠습니다."

"네, 안녕히 계세요."



취업에 관심도, 개념도, 센스도 없었던 바보는 그날 이후 일주일을 넘게 기다렸단다.


그녀가 다른 날을 통보해주면 '그날은 내가 쿨하게 면접을 봐주겠다'는 이런 마음으로. 등신.


그날 서류전형 통과와 면접에 대한 전화는 일정 조율이 아닌 통보라는 걸 알아차리는데 너무나 오래 걸렸다. 누가 알려줘서가 아니라 험난하디 험난한 취업전선에서 한통의 면접전형 연락을 애타게 기다리며 자연스럽게 깨우쳤다.


삶에는 그런 게 있다. 한없는 기다림 끝에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스스로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는 것. 절실할 때 가능한 그런 것.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이 있다고) 할 말은 있다. 얘길 해줬어야지.


"야! 잘 들어. 내가 알려주는 건
'너의 스케쥴이나 의향'이 아니라 '통보'란다. 무조건 그날 오거나 아님 '탈락'이야." 라고


그럼, 내가 갔지. (물론 알지..

면접관들의 다양한 화법 중 정중한 표현이라는 걸. 알지만 아쉽단 말이다.

구직자에겐 한 번의 기회가 소중한 것이니 명확하게 알려줘.

진짜 물어보는 게 아니라면.)





plus tip>

몸으로 깨지며 체득한 구직 노하우가 있다면, 말이죠.
반드시 내가 지원한 회사, 부서를 엑셀 파일 등에 메모해 두세요.

- 다양한 곳에 지원했을 경우 "000(회사명)입니다"라고 전화가 와도 당황한 나머지 "네??"라며 못 알아들을 수 있어요. "어디라고 하셨죠?"라며 다시 되묻게 된다면 작은 회사의 경우 말이 흘러들어가 감점의 요인이 될 수 있어요. (그들은 선수이자 사람입니다. 자신의 회사를 절박하게 지원하고, 기억하는 지원자가 더 예쁩니다.)


- 어디회사인지, 못 알아들었지만 되묻는게 두렵다면 면접일자를 통보받아도 어디로 찾아가야할지 모르겠죠.

- 부서명은 내가 한 방향으로 간다고 해도 회사마다 부르는 이름이 다를 수 있어요.
(ex. 홍보마케팅팀 -> 홍보팀, 홍보실, 마케팅팀, 전략마케팅팀 등) 메모를 해두기를 권해드립니다. 작은 차이와 섬세한 기억력이 회사에 대한 절실한 마음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 기억하세요.

- 첫단추부터 실수하지 마세요. 첫인상은 랜선이지만 중요하니까요.

- 혹시 모두 놓쳤다면, 방법은 하나 더 있습니다.
"저, 혹시 큰 지하철역은 어디에 있을까요? 버스정류장이나"라고 물어보세요. 이를 단서로 지원한 회사를 찾는 방법도 있습니다. (사실 입사지원과 동시에 그냥 메모하시는게 어떨까요? 그게 최고이자 최선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