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박면접'이라는 갑질,
그 굴욕감

가스라이팅의 서말

by 천유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아니야, 그런 뜻은 아니었어. 오해네'라고 말하고 발뺌하면 머쓱해지는 것은 정작 나이기에, 무식한 데다 옹졸한 이미지까지 덮어써야 하기에.


하지만 분명히 짚고 넘어가고 싶었다.


무수한 면접을 보고 다양한 직장에서 직장생활을 한 '선배의 자격'으로, 면접관으로 활약하고 있는, 그리고 있을 '직장동료의 자격'으로서 말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직장 내 갑질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되고 있는 건 사실이다. 면접관도 관례적으로 행해지는 것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보고, 진행시켰으면 하는 바람에서 상기시켜보고자 한다.


면접은 정말 사람이 하는 일이다. '우린 명확한 기준이 있어. 그런 회사 아냐'라는 항변에 아무리 백번 양보해도 사람이 하는 일은 그 사람의 스타일, 성격, 그날의 기분이 투영되지 않을 수 없다.


면접 중에서 '압박면접'이라는 종류의 면접법이 있다. 말의 꼬리를 물고, 생각지도 못한 부분을 지적하는 등 허를 찔러 면접자를 당황하게 하게 만들어서 위기상황 대처능력이나 추후 입사 시 상사에게 지적을 받았을 때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미리 가늠해보기 위함이 이 면접의 목적이다.

딱딱하고 싸늘한 면접장에서 불편한 옷을 입고 있는 면접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호의적으로만 대해 주더라도 울고 싶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일부러 더 궁지에 몬다고? 궁지에 몰린 나의 모습을 관찰하겠다니, 참으로 난처하고 난감하고 절대로 피하고 싶은 면접법이다.

온라인 취업 관련 커뮤니티에서

이런 압박면접에 대처하는 요령이 많이 나와있고, 그만큼 사례도 많다.


먼저 요령이라면 이런 압박면접에서는 '설명'보다는 '태도'가 중요하다며 주눅 들지 말고 반성하고 잘하겠다는 긍정적이고 당당하고 씩씩한 자세를 보이는 것이 최고라고 말한다.


사례들을 살펴보면 한결같이 당황하고 쭈뼛거릴 수밖에 없는 울고 싶은 상황이었지만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않는 캔디'처럼 '할 수 있다', '죄송합니다', '시정하겠습니다' 등으로 합격했다는 점이다.


하..... 이렇게까지 해서 그 회사에 들어가야 하나 싶다. 나도 그런 압박면접을 경험해봤으니까 더더욱 한숨이 나온다.






예전에 불가피한 퇴사를 한 이후, 같은 선배의 먼저 취직을 했고 선배의 제안으로 해당 회사에 면접을 봤다. (이미 내정된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두 명의 면접관이 3평 남짓한 방에서 차 한잔 마시는 분위기인 줄 알았는데, 둘이서 드리블을 하듯 궁지에 모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처음엔 당황하지 않았다. 왠만한 면접에는 이골이 났고 신입도 아닌 것은 물론이거니와 꼭 그 회사에 입사를 하고 싶은 것도 아니었기에 더 실력발휘할 수 있었다.


나는 당연히 얼지 않고 적당한 예의를 차리며 질문에 대한 답을 성심성의껏 이어나갔다. (물론 내입장에서) 그런데 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이 어느 순간 들었고 수치심, 굴욕감이 들었다.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예요?"

"제 지인L입니다. 10년을 지켜봤는데
규칙적인 생활, 타인에 대한 배려, 모범적인 생활습관 등 도덕교과서에 나오는 모습이
너무나 한결같습니다. 사실 모두가 알지만 실천하기 힘든게 법 없이 도덕 교과서처럼 평생을 사는 일 입니다.

제 지인이지만,
존경하고 이렇게 존경할만한 사람이
저와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매 순간 감사합니다.
그래서 제 지인L을 꼽고 싶습니다."


"아니, 존경할만한 사람을 얘기해달라고 했는데 본인 지인을 얘기하는 것은 너무 무성의하지 않나요?"


"네,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저는 위인전에 오른 대단한 분들도 많지만 제가 직접 겪은 사람이기에 더 피부로 와닿아서 진심으로 떠오른 한 사람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말귀를 잘 못 알아들으시네요. 지적을 하면 잘못했다고 말하고, 지금이라도 다른 사람을 얘기해야 맞지 않나요?"


이런 식이었다. 어떤 위기 대처능력, 상사에게 잘못을 지적받았을 때 어떤 태도를 내게 보고 싶었던 것일까. 심지어 내정되어 있었다는 나를 그렇게까지 궁지에 몰면서 테스트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궁금하다.


설령 내가 원하는 답을 내놓지 않았다면 그냥 시원하게 탈락시키면 될 것 아닌가. 이렇게 사람을 초라하게 만들어 눈물을 쏙 빼고 합격을 시키면 고마워해야 하나?


나는 이제 더이상 니들 얼굴 보고 싶지 않은데.


실제로 나는 출근하라는 얘기를 듣고, "미안하지만, 저랑은 맞지 않는 회사 같아요. 선배. 직장동료를 그렇게 무례하게 대하는 회사에서 같이 얼굴 맞대고 일하고 싶지 않아요."라고 고사했다.


쌍욕을 해주고 싶었지만, 면접장에는 선배는 없었고 추천해준 선배는 그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기에 그럴 수는 없었다.





압박면접의 목적과 그 필요성에 대해서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순발력, 인내심, 배려, 자기 회복력 등 많은 것을 판단하고 직장동료, 후배를 뽑는 방법 중

짧은 시간 내 극단적인 바닥을 미리 엿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점에서는 일정 부분 동의한다.


하지만 정말 이를 가늠하기 위해,

알아보기 위한 것에는 '압박면접' 말고는 없을까.


만약 "없어! 없어. 절대 없어!
우리가 다 해봤는데, 이게 최고야.
네가 몰라서 그래."라고 한다면

기준을 정하라고 조언해주고 싶다.

아이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훈육을 한다. 훈육의 방법 중 사랑의 매, 회초리가 있다. 회초리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찬반이 가열차다.


하지만 모두가 동의하는 것이 있다. 그리고 경험자는 알 것이다. 사람이기에 체벌의 강도도 그날의 기분 따라 조금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냥 때리는 경우도 많다. 그렇게 때리다 보면 자기 기분에 도취, 흥분되어 더욱 '막' 때리게 된다. 시작과 의도는 좋았지만, 체벌이 아닌 학대로 끝나는 것이다. 사람이 그렇게 변태적이다.


사람은 남녀노소를 따지지 않고 궁지에 모는 일에 있어서는 자신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객관화해야 한다. 해서 아이에게 불가피한 체벌이 필요한 경우에는 기준을 정하고, 정해진 회초리로 손바닥 같은 정해진 부위를 치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이 경우에도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고, 사전에 합의(?)된 대수를 미리 고지하고. 이렇게 철저한 기준을 정하지 않은다면 분명히 자신도 모르는 사이 선을 넘게 된다.


무조건적인 사랑이 전제가 된 부모 자식간에도 그러한데 면접은 오죽할까.


부디 필요하다면 사전에 철저한 원칙과 기준을 정하시라 면접관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그렇지 않다면 '면접'에서 우위에 위치한 자신의 직위를 남용한 '갑질'을 하게 될 테니.


구직자에게도 말하고 싶다.


압박면접이라고 무조건 저자세로 임할 필요가 없다고. 당당하라. 끝까지. 예의가 있는 것과 무조건적인 복종은 다르다.


필요 이상의 '태도'를 요구한다면, 그 회사를 당신이 불합격시키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것은 감히 말하건대,
가스라이팅의 서말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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