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자 통보일도 지났고, 출근 예정일도 지났는데 합격했다고? 알게 뭐야. 룰루랄라. 아묻따. 그냥 가야지. 그렇게 다음 주부터 출근을 하고서야 뒤늦게 연락온 이유를 알게 됐다.
면접장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면접에서 좀 똘똘해보이는 사람들 중 면접대기장에서 괜찮았던 겹치는 몇몇을 뽑았단다. 그런데 막상 뽑고 보니 그날처럼 화기애애하지 않더란다. 이상하다 싶던 찰나 직원들끼리 '걔'를 얘기하는 것을 들었다고 한다. 시끄럽기만 한 애인 줄 알고 '걔'는 뺏는데 '걔'가 화기애애의 핵심이었다니. 어쩌다 사장님의 귀에 들어가게 됐고 급히 추가 인원으로 내가 뽑히게 되었다.
흔히 말하는
"너 말고, 니 옆에 걔"가 나였던 셈이다.
그 후 면접대기장에서 사교적인, 배려하는 모습을 충분히 어필하되 동네 반상회처럼은 떠들지 않게 되었고 나는 대놓고 "노홍철과 김제동 사이의 어디 즈음"이란 말을 면접관에게 여러 번 듣게 되었다.
노하우는 원래 축적되고 진화된다.
지켜보는 이가 있다는 것을 수년간 체득한 뒤 나는 경력직 홍보실 직원을 뽑는 국내 유명한 어학원 본사 면접에서도 이를 적극 활용해 취업에 성공했다. (아니, 면접관을 낚았다. 아싸아!)
조금 일찍 도착해 로비에서 브로셔, 팸플릿, 포스터 등등 각종 홍보물을 모두 손에 쥐고 꼼꼼하게 읽고 있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유심히. 머리카락을 뒤로 넘겨가며. 데스크에는 일부러 가서 물어봤다.
"저, 이거 한부 가져가도 돼요?"
아니나 다를까. 업무를 보다 면접대기장으로 향하던 2차 전형 면접관도, 3차 전형 면접관도 모두 이를 보고, 아주 인상 깊었다고 훗날 전했다. (훗!) 물론 연출을 한다고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날의 운이 좀 많이 따라주었단 사실도 인정하는 바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엄청난 꿀팁이 아니다 싶을 만큼 2가지 부분이 추측 가능하고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먼저 원론적으로 생각해보자.
면접, 얼굴과 얼굴을 대하고 사람을 뽑는다는 것은 '일꾼'을 뽑는다는 말인 것과 동시에 나와 같이 하루의 대부분을 함께할 사람을 뽑는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얘가 유능한지 아닌지, 일머리가 있는지 없는지는 대부분 서류전형에서 판단 가능한 부분이다. 때문에 면접은 이를 확인하고, 또 서류에서 나타나지 않은 부분들을 보기 위해 진행되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사람이지 않는가. 사람됨이 결국 맞고 인간적으로 끌려야 한다는 이야기다. 사랑에 빠지는 것처럼. 누구와? 면접관과.
나와 하루 종일 일할 애가 적당한 수준만 갖추고 있다면, 혹은 적당히 고만고만한 아이들이 모여있다면, 조금 더 어트랙티브(attractive)한 면접자에 끌리게 되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심지어 하루 종일 지루한 면접장에서 고정된 자리에서 몇 시간째 같은 옷을 입은 듯한 비슷한 답을 하는 아바타들을 몇 시간째 보고 있다면 약간의 숨쉴틈만 보여줘도 솔깃한 그들은 코를 내민다.
두 번째, 면접대기장을 들락거리는 진행요원의 중요성이다. 면접대기장에 앉아 있으면 면접관 외 오늘 진행될 면접에 대해, 유의사항에 대해 알려주고 내 순서가 되면 이름을 불러주고, 심지어 나가는 문까지 일러주는 친절한 분들이 계시다. 한 분 혹은 여러 분. 그들의 존재를 간과하면 안 된다.
그들 역시 그 회사의 직원이라는 점. 어떤 직급인지는 회사마다 다르지만 상황에 따라 면접 분위기를 너무 흐리는 애가 있다면 귀띔 정도는 가능한 해당 회사의 소속원이라는 사실이다.
반대로 너무 괜찮은 애라는 인상을 깊이 심어줄수있다면 면접이 끝난 후 담배, 혹은 술, 식사에서 "아, 참. 걔 괜찮던데요?"라고 물꼬를 터줄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