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하면 뭐가 좋아?"
A가 갑자기 물었다. 예상치 못한 질문에 조금 놀랬다.
A는 이성이나 연애에는 관심이 없었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곧 잘 어울렸고 혼자서도 얼마든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친구였다. 주변의 권유로 낯선이를 만나기도 했지만 다음 만남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이제껏 맘에 드는 사람 없었냐는 질문에 마음에 드는게 뭐냐고 오히려 되묻기도 했다. 음, 음.. 궁금한 사람? 시선이 가는 사람? 하는 말에 한참 골똘히 생각하다 기억나는게 없는데? 하며 난처한 듯 웃었던 기억이 선명하다.
뭐라고 답을 해야할지 말문이 턱 막혔다. 연애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주고는 싶지만 괜한 환상을 심어주고 싶지는 않았다. 연애는 수많은 인간관계 중 하나일 뿐이니까. 남들보다 조금 더 단단하고 특별한 색으로 엮어가는 인연이겠지만 그로인해 내가 어제와는 다른 사람이 되거나 상대방이 나의 수호신이나 천사가 되어줄 수는 없으니까.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다를거같애. 가장 가까운 사람이 생기는 거니까 정말 행복할 수도 있고 죽도록 불행할 수도 있고."
"하긴 그렇겠다."
"같이 있는 시간이 재밌지 않을까? 데이트하고, 메세지도 주고 받고, 전화로 시시콜콜한 얘기도 하고. 만약 나랑 정말 잘 맞는 사람을 만나면 인생이 달라질지도 몰라. 미래가 그려지는 사람말야. 같이 얘기 하다보면 나중에도 계속 같이 있을 것 같고, 내 가족이 되어줄거라 믿음이 가는 사람.
사람은 모두 혼자서도 얼마든지 잘 살아갈 수 있지만 그래도 가능하다면 앞으로의 긴 여정을 같이 손잡고 걸어나갈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좋겠지. 같은 것을 보고 함께 웃기도, 울기도 하는 그런 가족 같은 사람이 하나 더 생긴다는건 축복아닐까."
"어우~ 나는 그런거 싫어. '가족 같은' 회사 동료들, 뭐 이런대 쓰는 말 아냐."
"가족보다 더 좋을수도 있지 않을까? 가족은 그래도 포지션이 있잖아. 엄마, 아빠, 형, 누나, 동생, 막내 뭐 그런거. 아무리 격 없이 얘기해도 약간의 입장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연인은 그렇지 않지. 가장 대등하게 동일한 입장에서 의견 나누고 대화할 수 있을거 같애. 그런 사람이랑 같이 거친 인생 헤쳐나갈 수 있으면 꽤 위로가 될지도 몰라."
A에게 내 진심이 얼마나 와닿았을지는 모르겠지만 다정하고 착한 내 친구에게 좋은 사람이 생겼으면 좋겠다. 세상의 누군가가 A의 다정함에 위로받고, 또 그의 따듯함이 A를 위로해줘서 둘이 함께 살아가는데 서로에게 힘이 되어 줄 수 있다면. 그럼 세상이 조금 더 아름다워질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