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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 Aug 29. 2018

사랑에 대하여 3. 다시 만날까, 말까

둘만의 대화, 자다르에서. Copyright ⓒ 2017 모모. all rights reserved.


"일단 혼자 있어봐."

편치 않은 표정이 나왔다. 친구 A는 표정에서 감정을 잘 숨기지 못하는 편이다.


"그런 얘기 너무 많이 들었어, 주변에서 다들.. 혼자서도 잘 지내봐라, 너는 혼자여도 충분하다, 혼자여도 행복할 수 있다, 뭐 그런거.. 혼자여야 함을 강요당하는 거 같아서.."

불쾌해, 라고 A가 직접 말하지는 않았지만 삼켜버린 문장의 끝이 표정으로 읽히는 듯 했다.


가장 가까웠던 사람이 사라진다는 건 괴롭다. 누구든 어김없이. 상대가 나에게 좋은 사람이었든, 나쁜 사람이었든 관계 없이 시간을 쪼개 함께 나눴던 상대가 헤어지는 건 내 일부를 떼어내듯 아프고 고통스럽다.


나도 끊임없이 반복했던 질문이고, 주변에서도 흔히 들을 수 있는 질문이다.


다시 만날까? 아니면 마음 완전히 정리할까.   


질문에 대한 답은 간단하다.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 헤어진 연인을 사랑한다면, 그를 행복하게 해주고 동시에 그로인해 나도 행복해질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해서 상대방을 붙잡아 설명해야 할 것이다. 최대한 솔직하고 진솔하게. 그렇지 않다면 매듭은 단단하게 짓는 편이 낫다.  


하지만 대부분 다시 만날까? 하는 고민을 하는 사람들의 대답은 유사하다.


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어.


그런 사람들에게는우선 혼자 있어봐, 라고 말한다.

너는 혼자 있어도 반짝이는 거야, 우리는 너무나 충분해.. 이런 흔해빠진 위로의 문장을 건내려는건 아니다. 말 그대로 헤어진 순간가장 필요한 건 혼자가 되어보는 것. 이미 헤어졌는데 뭘 또 혼자가 되냐고 물어보신다면, 그 말 그대로 되묻고 싶다. 정말 혼자가 되었는지? 그의 감정과 내 감정에 집착하며 헤어짐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몸만 떨어진 채 감정은 여전히 그에게 기대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과 인지(認知) 에는 간극이 있다. 인지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사실을 인정하여 앎' 이다(출처:국립국어원). 머리속으로 막연히 생각하는 것과 사실을 인정하고 마음속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차이가 있는 것이다.


"정말 혼자가 되어봐. 어떡하면 지금 이 괴로운 순간을 모면할 수 있을지 궁리만 하지 말고.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질 수 있어. 감정적으로든, 현실적으로든. 마음이 안맞아서 헤어질 수도 있고, 이런 비유는 좀 그렇지만 당장 내일 그가 해외로 떠나거나, 죽거나, 뭐 어떤 이유로든 내게서 사라져야 할 수도 있지. 사랑하는 대상이 떠났다고 해서 나도 같이 사라지는건 아니잖아? 상대가 죽었다고 따라 죽을 수 있는 건 아니지. 나에게는 나의 삶이 있으니까."   


A의 눈빛이 흔들렸다. 누구에게나 이별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점이 A의 마음을 흔들었을까, 아니면 사랑하는 상대가 사라져도 나는 존재한다는 점이 와닿았을까.


"우선은 우리는 헤어졌고,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생각하고 되뇌어봐. 좋은 방법은 멀리서 보는거야. 둘의 모습을 객관화 시켜서 그려봐. 머리속에 너와 헤어진 연인이 있어. 둘은 등을 돌렸어. 각자의 길을 가는거야. 점점 멀어지는 모습을 그려봐."


"그리고 이유를 생각해봐. 원인이나, 누군가의 탓을 할 필요는 없어. 그냥 객관적은 사실로만 보는거야. 내가 ~~해서 헤어진거야, 이런거 말고 객관적으로 우리는 ~~으로 인해 헤어졌다, 라고. 사실만 보는거야. 그리고 꿀꺽 삼키듯이 받아들여봐. 그 사실에 대해서 생각하고, '그렇구나, 그랬구나' 하고 객관화를 시켜봐."


"그리고 혼자가 된 너를 보듬어줘. 아프고 괴로울거야. 너무 당연한거야. 살점이 조금만 떨어져 나가도 그렇게나 고통스러운데 가장 가까웠던 연인이 떼어져 나갔는데 오죽하겠어. 커다랗게 구멍이 난 너를 넘어지지 않게 잘 도닥이면서 부축해줘. 그리고 주변 사람들을 바라봐. 다들 어딘가 구멍이 있어. 하지만 넘어지지 않게 스스로 균형을 잡으면서 서 있는거야. 나는 소중하니까. 사랑했던 그 사람만큼 나도 소중하니까."


"그렇게 군더더기 없이 혼자가 되고나면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상대를 생각해봐.

그때는 명확하게 보일거야. 괴로움 같은 마음의 찌거기가 없거든. 그때도 여전히 그를 너무나 사랑한다면 놓치지 말아야 할 거고, 사랑하지만 헤어지는게 맞다면 남은 마음을 차곡차곡 잘 정리해야 할 때가 된거겠지."


마음을 객관적으로 보고 괴로운 순간에서 나를 잘 품어준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나는 사실 잘 못하다. 말이나 글로야 쉽지, 어디 저게 쉬운 일이던가). 그래서 다들 이별이 죽도록 힘들다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바르고 마음이 착한 A가 원인이 무엇인지,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앞으로 어떡하면 좋을지를 더이상 고민하는게 아니라 우선은 지금을 받아들이고 그에 대한 마음을 투명한 호수를 보듯 약간은 멀리서 바라볼 수 있기를, 그렇게 받아들이고 조금은 편해지고 알 수 없던 정답도 마음속에서 찾아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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