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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까지 깨어있어서 다행이다

by 례온

정말 아끼는 동생이 있다. 너무너무 아껴서, 만나면 포옹을 세 번쯤하고 얼굴을 다섯 번 쓰다듬고 나서야 다음 행선지로 몸을 움직이는 그런 동생이다.


그런 동생이 며칠 전, 자정이 다 된 시간에 연락을 해왔다.


답지 않게 진지한 말투. 누가 봐도 문제가 있는 듯했다.


너무 힘들어서 차라리 차에 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그래서 언니로부터 '다 괜찮아질 거'라는 말이 듣고 싶어서 연락했다고 했다.


죽고 싶은 게 아니라, 타당하게 쉴 명분이 필요한 그 마음을 너무 잘 알기에 더욱 마음이 아팠다.


너는 그런 우울감이나 무력감따위에 지지 않을 사람이었는데 얼마나 힘들면 그런 생각까지 하게 됐을까... 싶었다.


그러나 나는 능력도 뭣도 없는 친구라서 그저 친구가 듣고 싶어하는 말을 실컷 해줬다.


너는 잘 해낼 거다.


모든 게 잘 될 거다.


그렇지만 잘 해내지 않아도, 잘 되지 않아도 괜찮다.


모든 게 괜찮아지는 날이 올 거고, 그 날이 올 때도 나는 네 곁에 있을 거라고.


20분 정도의 짧은 대화를 끝으로 빠르게 잠에 들었다.


평소 답지 않게 늦게까지 깨어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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