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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미술관

그림 속에 숨은 인권 이야기

by 례온

요즘 우리 주의에서 마주치는 인권의 문제는 선악의 대립보다는 '배려하는 생활' 대 '부신경한 태도'라는 구도로 보아야 할 때가 많다. 어떤 의미에서는 앎과 모름의 문제이기도 하다. (p.5)


모쪼록 미술관을 거닐 듯 재미이게 읽어주시길. 책장을 덮은 후 독자님 마음에 불편함의 아주 작은 불씨가 남아 있기를 바랄 뿐이다. (p.7)


동성애 이야기가 부담스럽다는 이들이 있다. 성소수자 이야기가 나오면 당황한다. 다른 사람의 사랑을 존중해야 한다는 말이 왜 불편할까. 어떤 이성애자는 이렇게 말한다. "어차피 동성애자는 극소수 아니야? 성소수자의 목소리에 우리가 지나치게 신경쓰는 것 같아. 내 주위에는 하나도 없거든." 이 말이 폭력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게다. 이렇게 대답하면 어떨까. "아니야. 동성애자는 당신 주위에도 많이 있어. 다만 당신이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사실을 당신한테만 털어놓지 못했을 거야. 당신 스스로는 친구가 많다고 생각하겠지만, 게이 친구도, 레즈비언 친구도, 당신에게는 마음을 열지 않는다고. 당신은 불쌍한 사람이야." 우리, 불상한 사람은 되지 말자. (p. 97)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 아테네로 가보자. 석상을 세우고 두 남자를 기렸다. 하르모디오스와 아리스토게이톤. 참주를 살해한 사람들이다. 고대 도시국가에서 권력을 잡고 제멋대로 휘두르던 사람을 참주라고 부른다. 그리어스로는 티라노스. 티라노사우르스라는 무섭고 난폭한 공룡의 이름이 여기서 왔다. 티라노스는 요즘 말로 '독재자'라고 생각하면 된다.

두 남자는 연인 사이였다. 독재자를 죽인 동기는 치정문제였다고 한다. 민주주의는 이 두 사람한테 큰 빚을 졌다. 두 사람이 목숨을 바쳐 아테네의 독재자를 암살했고, 뒤이은 권력 투쟁을 거쳐 민주파가 아테네의 권력을 잡았으니까. 민주주의의 시작을 알리는 사건이었다.

민주주의 최초의 두 영웅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에 당황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당시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진실을 숨기려고도, 두 사람의 공을 깎아내리려고도 하지 않았다. 고대 그리스 사회는 동성애를 자연스럽다고 여겼으니까. (p. 97-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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