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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능력의 고갈

by 례온

실은 제대로 된 글을 쓰지 못한지 오래 됐다.


대략 2년째, 매일같이 쓰고 있는 글이라고는 자기소개서와 면접 예상답안이 전부, 지금까지 브런치에 올린 글들은 거의 다 예전 글들이다.


왜 이렇게 글을 쓰기가 어려울까, 특히 깊이 있는 글을 쓰지 못하는 걸까, 에 대한 의문이 자꾸만 든다. (해결되진 않음)


우울해야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우울하고 불안할 때마다 그 감정을 배설하고자 글을 썼고, 그렇게 날 것의 감정을 담은 글일 수록 주변으로부터 잘 썼다,는 반응을 많이 받고는 했다.


그런데 그 어느 때보다도 불안한 지금, 나는 글을 쓸 수가 없다.


책을 읽기보다는 쓰고 싶다고 생각하던 과거와는 달리, 나는 이제 타인이 쓴 글을 소비만 하고 있다.


어쩌면 지금은 문장을 창조하는 게 아니라 흡수해야 하는 시기인 건 아닐까 하고 위로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몇 년에 걸쳐서 꾸준히 글을 쓰고 누군가로부터 칭찬을 받고 또 책을 내던 사람으로써, 새로운 글을 생산해내지 못한다는 사실은 엄청난 좌절감의 원천이다.


이러다 영원히 글을 못 쓰면 어쩌지 싶기도 하다.


죽을 때까지 작가로 살아가는 건 역시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단순히 돈벌이 수단으로 어렵다는 것이 아니라, 한정된 경험과 감정과 재능을 가지고 꾸준히 새로운 문장과 단어의 조합을 만들어낸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한 때 잠깐이나마 작가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스스로가 부끄러울 정도다,


솔직히 지금 이 글도 마음에 들진 않는다. 그냥 넋두리 같아서.


그래도 자기소개서만 쓰는 일상에 너무 환멸이 나서 이거라도 써봐야지 싶었다.


언제쯤 예전같은 글을 다시 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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