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날의 카페가 참 좋다. 병원 건물에 이렇게 좋은 카페가 있는 줄 알았다면 진작에 매번 왔을 텐데. 올 때마다 바닥만 보고 걸어서 몰랐나 보다. 빗소리도 좋고, 커피콩을 가는 소리도 좋다. 친구가 추천해 준 노래의 기타 선율도 좋고, 커피 아래 깔린 설탕 알갱이들이 입안에서 깨지며 오독오독 나는 소리도 좋다. 좋은 소리가 이렇게나 많은 날이다.
나는 싫어하는 소리가 많은 사람이다. 아이가 우는 소리. 술에 취한 채 내지르는 고함소리. 중년의 남성들이 화내는 소리. 힘없는 목소리로 대책 없이 내뱉는 궁시렁거림. 매연을 뿜으며 내달리는 오토바이 소리. 쇠숟가락과 쇠접시가 부딪히는 소리.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쭉 나열해 보면, 어떤 게 더 많을까?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아주 많은 사람인 걸 알고 있지만, 과연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내가 싫어하는 것들을 이길 만큼 강한 것들인지는 잘 모르겠다.
사소한 행복들은 말 그대로 너무 사소해서, 때로는 힘없이 바스러진다. 좋아하는 것들로 똘똘 뭉친 내 마음의 핵, 나를 견디게 하는 심장, 그것은 결국 아주 작은 모래알을 뭉친 모래공이다. 누군가 마음먹고 주먹으로 내려치거나 밟아버리면, 곧바로 껄끄러운 모래로 돌아가버리는 것들. 거친 파도라도 들이닥치면 그저 깨끗한 물을 흙탕물로 만들어버리는 불순물로 전락해 버린다.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은 한 끗 차이다. 마치 내가 담배냄새는 싫어하면서 낙엽이나 향을 태우는 냄새는 좋아하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