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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각 턱. 또각 턱.

by 례온

이틀간 회사에서 신입사원 공채 면접이 있었다. 면접 진행요원, 그것도 대기장 담당으로 참여하다 보니 긴장한 지원자들을 여실히 볼 수 있었다. 괜시리 반 년 전 내가 생각나서 기분이 뭉클했다. 혹여나 자신의 행동 하나, 한숨 한 번이 면접 결과에 영향을 줄까 싶어 숨소리조차 편하게 내지 못했던 그때를 잊을 수 있을 리 없다. 그런 긴장감을 잘 알아서, 더 친절히 대해주고자 했다.

지원자들이 유독 애틋하게 느껴졌던 건, 맞지 않는 구두를 꺼떡거리며 복도를 지나칠 때였다. 운동화를 신고 뛰다니던 시기를 지나, 맞지 않는 구두도 익숙한 것처럼, 어색한 걸음걸이를 숨기고 멋진 어른인 것처럼 연기해내야 하는 그 시기를 너무 잘 알고 있다. 나 역시 첫 면접 때, 새 구두를 신고선 뒷꿈치가 다 까져버려서 집에 와서 눈물을 찔끔 흘렸던 기억이 있다.

오전에는 넉넉했던 구두가 왕복 4시간이 넘는 대중교통과 2시간이 넘는 대기시간, 그리고 고작 20분도 안 되는 면접으로 인해 팅팅 부은 발을 다 담지 못했을 때, 처음으로 내가 사회인이 되어야 한다는 걸 실감했다. 이런 것까지 내색하지 않는 게 진짜 어른이겠지,하면서. 꽉 끼는 구두를 신고 종아리가 퉁퉁 부을 때까지 일하는 마음이, 딱딱한 작업화 속에서 하루 10시간 이상을 버티는 심정이 아주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오늘 온 지원자들도 비슷한 심정이었으리라 생각한다. 유독 앳된 얼굴들이 많이 보였는데, 그래서인지 구두소리는 더욱 더 어렸다. 또각또각. 박자에 맞춰 나는 멋드러진 걸음소리가 아니라, 또각 턱, 또각 턱. 자기보다 조금 더 큰 구두를 신고 걷느라 발가락에 힘을 꽉 주고, 넘어지지 않으려 애쓰며 걸어가는 뒷모습을 스무 개쯤 봤다.

아마 이중에 절반도 넘는 사람들은 살면서 다신 보지 못할 거다. 그런데도 그들을 하나같이 진심으로 응원했다. 잘 돼라. 잘 돼라. 원하는 게 전부 이뤄져라, 하고. 언젠가 턱턱 걸리는 불편함 가득한 발걸음이, 또각또각 멋진 어른의 걸음걸이로 바뀔 때까지, 어엿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온 세상이 도와주길 바라며, 오늘 하루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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