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정리]단골 편의점이 문을 닫는다

- 있을 때 잘하자

by 엘사 B


우리 집 앞에는 오래된 편의점이 하나 있다.

물론 프렌차이즈 편의점이지만

10년 되셨다고 하니

이 동네에 이사오기 전부터 계셨으니,

아파트 초입 익숙한 조명이 있는, 우리 동네 터줏대감 같은 작은 편의점이다.


이 동네에 편의점이 서너곳은 더 있는데

우리 남편은 그 곳만을 고집했다.

마치 오랜 친구에게 눈도장 찍듯,
어디를 가든 꼭 돌아와 그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고, 말을 걸고, 안부를 주고받았다.


그걸 아신 사장님은,
매번 유행하는 피카츄빵이나 품절 대란이 일어나는 하이볼 같은 인기 제품을
남편을 위해 따로 빼놓아주시곤 했다.
물론 공짜는 아니었지만,
늘 "어 사장님이리와봐요. 오실줄알고 요거 빼놨어"

하며 쿡 웃어 건네주시던 그 마음이 참 따뜻하고 즐거웠다.


그런데

4월 첫째 주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라며 편의점 문앞에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부리나케 들어가 보니

4월부로 편의점 문을 닫는다고 했다.
그 소식을 듣는데 마음이 참 묘했다.

이유를 여쭤보니,
10년 넘게 밤낮없이 편의점을 지키며 일하신 끝에
건강이 심각하게 안 좋아지셨다고 한다.

낮에는 아드님이 가게를 지키시고

밤마다 쪽잠 주무시며 지키셨는데,

비타민 D 수치가 '0'에 가깝다며 병원에서도 놀랄 정도였고,
장기 기능까지 악화되어 더는 운영을 지속할 수 없게 되셨다며...


한잔 걸친 남편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뭐야 이 남자...)

오지랖 넓은 우리 딸은
“운영시간을 줄이면 안 돼요?”
“제가 크면 저기서 알바할게요!”
하고 진심 어린 제안을 건넸다.
물론 어린 마음에 드리는 말이지만,
그 안에 담긴 아쉬움과 진심은 모두가 느낄 수 있었다.

편의점 하나 문 닫는 일이 이렇게 마음을 저릿하게 만들 줄은 몰랐다.

편의점 사장님께 필요한 건,

아쉬운 붙잡음이 아니라,

진심으로 건강을 회복하시길 바라는 마음이라는 걸.


편의점 내 제품을 4월 내 다 팔아야

정리하실 수 있다며 원가로 판매를 하셨고,

남편은 참새 방앗간처럼 그 곳에 들러

그렇게 물건을 사다 날랐다.


또 한번 마음에 되새겼다.

한 번 무너진 건강은,

애써 다시 쌓아 올리려 해도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생계를 위한 그 10년

돈은 벌으셨겠지만.

잃어버린 건강은 어떻게 하지??

'이런건 편의점 본사에서 점주분들 건강챙기라며

비타민D를 의무로 지급했어야해...' 라며 속으로 궁시렁....


그곳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곳이 아니라,
우리 가족의 작은 일상이 쌓여 있던 공간이었나 보다.


이 작은 이별을 통해
'건강할 때 건강을 지켜야 한다'는
진짜 중요한 교훈을 또 한 번 마음에 새긴다.


그리고 언젠가, 사장님이 환한 얼굴로
동네를 산책하시는 모습을 만날 수 있기를...


#건강 #편의점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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