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들 힘내세요!!
그날 아침, 채 떠오르지 않은 해를 등지고 집을 나섰다. 아이는 아직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작은 숨소리만이 조용한 방 안을 채우고 있었다. 깨어있는 아이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나서는 발걸음은 무거웠지만, 중요한 생산 참관 일정을 늦을 수 없어 서둘러 현관문을 닫았다.
공장에 도착해서는 하루 종일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원자재부터 생산 라인, 최종 검수까지 꼼꼼하게 확인하고 나니 어느덧 퇴근 시간이 가까워져 있었다. 다행히 모든 일정이 문제없이 마무리되었지만, 마음 한켠에는 아이에 대한 걱정이 자리하고 있었다.
집에 돌아와 조용히 아이 방 문을 열었다. 아이는 여전히 침대에 누워 쉬고 있었다. 붉어진 볼이나 거친 숨소리는 다행히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평소처럼 뛰어놀지 않고 조용히 누워있는 모습에 마음이 놓이는 한편, 왠지 모를 안쓰러움이 밀려왔다.
저녁 약속을 취소하고 아이 곁에 앉았다. 이마를 짚어보니 미열이 있었다. 조용히 물수건으로 땀을 닦아주고,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옆에 누웠다. 아이의 작은 손을 잡고 있자니, 바쁜 일상에 치여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건 아닌지 자책감이 들었다.
늦은 밤, 아이가 깊이 잠든 것을 확인하고 조용히 부엌으로 향했다. 하루 종일 긴장했던 몸의 피로가 몰려왔다. 냉장고 문을 열자, 친정엄마가 보내주신 소박한 채소들이 눈에 들어왔다. 가지와 호박을 꺼내어 얇게 썰어 전을 부치고, 호박잎을 데쳤다. 냉동실에 넣어둔 엄마표 강된장과 미역국, 김치들을 꺼내어 식탁 위에 차렸다. 따뜻한 밥을 데우고, 냉장고 깊숙이 넣어두었던 청명주를 조심스레 꺼내 작은 잔에 따랐다.
소박한 저녁 밥상을 바라보며, 문득 심리학자 김경일 교수님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우울은 특별한 순간에 오지 않습니다. 잘 버티고, 또 버티다 문득 찾아오는 것입니다. 그럴수록 밥상을 허투루 차리지 말아야 합니다."
간단한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고, 초라한 모습으로 방치하게 될 때, 사람은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그의 말이 가슴 깊이 와닿았다.
그날의 밥상은, 지친 나를 위한 조용한 위로였다. 한상 차리린 밥상을 보자니 왠지 모르게 마음을 편안하게 감싸주었다. 정성껏 차린 음식을 천천히 음미하며, 비로소 나를 돌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아픈 아이 곁을 제대로 지켜주지 못했다는 생각에 더욱 스스로를 챙겨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야 다시 힘을 내어 아이를 보살필 수 있을 테니까.
가끔, 워킹맘으로서 버거운 순간들이 찾아올 때면, 나는 그날 밤의 따뜻한 밥상을 떠올린다. 소박하지만 정갈했던 음식들, 그리고 그 시간을 통해 조금이나마 단단해진 내 마음을. 여전히 힘든 날들이 있겠지만, 언제든 꺼내 차릴 수 있는 밥상이 있어 매순간 용기를 내어 하루를 살아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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