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이 되기까지...
2023년 4월, 낯선 설렘을 안고 괌으로 웰니스 트립을 떠났다.
늘 유튜브 속 요가 매트 위나, 아파트 헬스장의 러닝머신 위가 전부였던 내게 괌의 풍경은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었다. 아이를 두고 멀리 떠나는 것조차 쉽지 않았던 일상에서 벗어나,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갖게 된 것.
푸른 하늘 아래, 파도 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히는 해변을 따라 땀방울을 흘리며 달리는 경험은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운동’이라는 단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해방감, 그저 ‘숨 쉬는 기분’이었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이 기분 좋은 떨림을, 이 자유로운 숨결을 내 일상 속으로 가져오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이 피어오른 것은.
한국으로 돌아온 후, 조심스럽게 달리기를 시작했다. 거창한 계획을 세운 것도 아니었고, 누구에게 굳이 알릴 필요도 없었다. 그저 괌에서 느꼈던 그 상쾌한 기분을 다시 느끼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 하나였다.
물론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굳어있던 몸은 쉽게 풀리지 않았고, 아이를 재우고 나면 이미 체력은 바닥을 친 후였다. ‘오늘은 그냥 쉴까’ 하는 유혹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괌의 푸른 하늘과 시원한 바람을 떠올리며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시간이 나면 어김없이 운동화 끈을 묶었고, 평일이 힘들면 주말이라도 잠시 뛰었다. 그때 부터 감사한 건, 그 예쁜 호수가 집 근처에 있다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그때 가장 많은 에너지를 쏟았던 건 ‘결심하는 일’이었다. 달릴까 말까 망설이는 마음, 운동화 끈을 매기까지의 묘한 망설임, ‘딱 하루만 쉴까’ 하는 내 안의 작은 악마와의 싸움. 신기하게도, 달리기 자체보다 달리기를 ‘일상의 루틴’으로 만드는 과정이 훨씬 더 어려웠던 것 같다.
그렇게 해가 바뀌고, 이제 2년째 달리기를 이어오고 있다. 놀랍게도 많은 것들이 변했다. 비가 오는 날에도, 덥거나 추운 날에도, 몸이 천근만근인 날에도, 예전처럼 망설이는 시간은 거의 사라졌다.
어느덧 자연스럽게 운동화 끈을 묶고 밖으로 나선다. 추운 겨울에는 따뜻한 방한 장비를 챙겨 입는 것이 당연해졌고, 오히려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흘리는 땀에서 묘한 쾌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춥다고 못 뛰는 건 없구나’ 하는 깨달음이었다.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스쳤다. ‘노래도, 새로운 사업도, 심지어 사람과의 관계도 결국 이 달리기와 닮아있구나.’ 처음 시작이 어렵고, 익숙해지기까지 가장 많은 에너지와 의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하지만 일단 습관이 되어버리면, 그 다음부터는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진다.
우리는 너무 자주 눈앞의 결과에 조급해하며 초반의 '습관이 되는 시간'의 중요성을 간과하곤 한다. 하지만 진정한 변화는, 에너지를 쏟아 부어 루틴을 만드는 그 지점까지 도달해야 비로소 시작된다.
그래서 요즘은 다시 한번 마음속으로 되뇌인다. 조금 더 천천히, 덜 조급하게, 차근차근 익숙해질 때까지 꾸준히 나아가 보자고. 괌의 푸른 바람 속에서 시작된 이 작은 달리기가 내게 알려주었다. 삶의 많은 것들이, 결국 첫 발을 내딛는 용기가 그 자체보다 더 어렵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