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노트]잘팔리는 간편식의 비밀1.

낯선 이름 '베테랑'

by 엘사 B


전주에서 시작된 '베테랑'과의 인연은, 어쩌면 숙명과도 같은 이끌림이었을지도 모른다.


2021년의 봄, 갓 이직하여 새로운 업무 환경에 적응하느라 정신없이 흘러가던 시간 속에서, 나는 '베테랑'이라는 세 글자를 처음 만났다. 40년 동안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미 깊은 신뢰와 함께 명성이 자자한 곳이라고 했지만, 당시의 나에게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이름 중 하나였을 뿐이었다. 새로운 업무 방식과 낯선 시스템에 적응하려 동분서주하던 시기, 내 마음속에는 '성공적인 이직'이라는 뚜렷한 목표 외에는 다른 여유가 없었다.


칼국수라는 음식에 대한 나의 생각은, 솔직히 말해 꽤나 단편적이고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다. 어릴 적 흔히 먹었던, 네모나고 투박한 밀가루 면에 걸쭉한 국물이 전부라고 여겼다. 특별한 기대나 호기심 없이, 그저 하나의 평범한 메뉴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 선입견을 가진 채, 나는 냉장 밀키트 업체에 개발 의뢰를 던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예상했던 대로 평범한 모습의 샘플이 도착했다. 그저 그런 결과물을 손에 들고, 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대표님을 찾아갔다. 그때까지만 해도, 앞으로 닥칠 당혹스러운 상황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대표님의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는 말없이 내가 가져간 샘플을 집어 들더니, 한참 동안이나 꼼꼼하게 살펴보셨다. 그의 얼굴에는 어떤 표정도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 침묵 속에서 나는 형언할 수 없는 압박감을 느꼈다. '이게 최선인가요?' 라고 말하는 것 같은 날카로운 눈빛에, 나는 순간적으로 숨이 멎는 듯한 당황스러움을 느꼈다.


연이어 던져진 다음 질문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혹시, 우리 '베테랑' 칼국수 드셔보셨나요?"


그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버렸다.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개발을 하겠다고 나선 내가, 정작 그 음식의 진정한 맛조차 알지 못한다니…' 스스로에 대한 깊은 실망감과 함께 엄청난 실수였다는 깨달음이 뒤통수를 강하게 후려치는 듯했다. 얼굴은 순식간에 붉어졌고,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대표님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향하셨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칼국수 한 그릇을 내 앞에 놓아주셨다. 둥근 생면 위로 걸쭉하고 부드러운 계란 국물이 푸짐하게 담겨 있었고, 그 위에는 곱게 뿌려진 김가루와 붉은 고춧가루, 그리고 향긋한 들깨가루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었다. 특히, 국물 위에 흩뿌려진 통들깨는 낯선 비주얼이었다. 호기심 반, 죄송함 반으로 조심스럽게 첫 숟갈을 떠서 입으로 가져갔다. 톡톡 터지는 통들깨의 고소함과 함께, 각 재료가 지닌 깊은 풍미가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단순한 칼국수라고 생각했던 나의 모든 선입견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이건… 진짜다." 온몸의 감각이 깨어나는 듯한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


그 자리에서, 나는 다시 한번 마음속 깊이 다짐했다. 꼭 이 프로젝트를 완성하겠노라고.

그날 이후, 나는 '베테랑' 칼국수에 대한 모든 것을 배우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면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국물은 어떤 재료를 사용하여 어떻게 끓여내는지, 그리고 그 위에 올려지는 고명 하나하나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끈질기게 질문하고 배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어 브랜드를 키워온 대표님의 깊은 신뢰를 단번에 얻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핵심 중의 핵심인 육수의 배합비에 대해서는 극히 일부만 넌지시 알려주실 뿐, 중요한 정보는 쉽게 흘러나오지 않았다. 게다가, 생산 공장 역시 이미 최대 생산량을 넘어서는 상황이었다. 대표님은 오히려 새로운 공장을 섭외해 오면 본인 직원들을 보내 제품 개발과 생산을 직접 하시겠다는 다소 난감한 제안을 해오셨다. 마치 남의 주방에 들어가 음식을 만들라는 것과 같은 이야기처럼 들렸다.


그만큼 수년간 쌓아온 노하우를 쉽게 공개하고 싶지 않으셨을거라고 이해가 되었다. 그럴수록 포기할 수 없다는 강한 열망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끓어올랐다. 마치 수학의 정석의 마지막 페이지의 어려운 문제들 같았다. 유난히 생각을 많이하며 풀어야 하지만 풀고나면 뿌듯한 그런 문제같았다. 수없이 찾아뵙고, 진심을 다해 설득했다. 나의 간절한 마음이 전해졌을까. 마침내, 대표님께서 조심스럽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셨다.


“저는 이 칼국수에 제 모든 것을 걸었습니다. 그러니, 우선 여름 메뉴인 소바 개발부터 먼저 해보시겠어요?

물론 전문가이시니 한 번 알아서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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