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노트]잘팔리는 간편식의 비밀2.

베테랑 칼국수로 가는 첫번째 관문 메밀소바

by 엘사 B

얼마 되지 않아 출장에 갔다. 시즌 전이라 본점에서만 냉소바(메밀국수)를 판매하고 있었다. 그 냉 소바를 맛보러 기차를 타고 전주 본점에 갔다.

소바라는 음식 자체는 익숙했지만, '베테랑'만의 특별한 맛을 구현해야 한다는 생각에 어깨가 무거워졌다.

처음 맛보았던 '베테랑' 소바의 섬세한 균형은 오랫동안 잊히지 않았다. 살얼음이 동동 떠 있는 맑은 육수에서는 등푸른 생선 특유의 구수한 맛(그러나 비리지 않은)이 느껴졌고, 그 위에 흩뿌려진 신선한 대파 채는 향긋한 풍미를 더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 모든 맛을 묵묵히 받쳐주던 메밀면의 존재감이었다. 거칠면서도 쫄깃하지만 씹을수록 고소한 그 면의 질감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심난했다.

'와나 이거 어떻게 개발하지.........??'


그 맛의 조화 속에서, 나는 냉철하게 주연과 조연을 구분하려 애썼다. 깊은 맛을 내는 육수와 독특한 식감의 메밀면은 분명 이 소바의 주연이었다. 반면, 김가루와 대파는 맛의 풍미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조연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냉동 제품으로 출시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제약을 고려했을 때, 신선한 생대파의 아삭한 질감과 향을 그대로 담아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나는 과감하게 완제품에는 대파와 김가루를 제외하고, 대신 소비자가 직접 첨가할 수 있도록 포장재에 조리법으로 안내하는 담는 방식을 선택했다.(나중에 김고명을 추가하긴 했다.)


하지만, 가장 큰 난관은 역시 '베테랑'브랜드의 핵심이자, 소바 근간이 될 육수였다. 오랜 시간 동안 대표님만이 고수해 온 그 비법은, 쉽게 그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자신의 모든 경험과 노하우가 담긴 맛의 비밀을, 처음 만난 외부인에게 선뜻 공개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야말로, 넘어야 할 험난 한 허들이었다. 나는 소바 육수를 만드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기본 재료 정보라도 얻어, 내가 오랫동안 신뢰해 온 소스 분야의 최고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다.


"상무님, 도와주세요."


나는 곧바로 소스 전문 회사 연구소의 상무님께 전화를 걸었다. 다급하고 간절하게 도움을 청했다.


나의 절박한 요청에, 흔쾌히 도움을 주시기로 하셨다. 나는 육수 샘플과 함께, 내가 파악한 원료 정보, 그리고 냉동 제품 생산 과정에서의 불가피한 제약 사항들을 상세하게 정리하여 전달해 드렸다.

4차인가 5차인가... 수번의 샘플을 주고 받으며 상무님과의 날카로운 피드백이 오고 갔다. 그때마다 나는 처음 맛보았던 '베테랑' 소바의 맛을 비교해가면서, 동료들에게 비교 시식을 해가면서, 아주 작은 차이까지 놓치지 않으려 심혈을 기울였다.


그렇게 오랜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은 끝에, 그리고 마침내, 완성된 소바 육수 샘플을 맛보신 대표님으로부터 "이 샘플로 출시하시죠."라는 짧지만 감격스러운 코멘트를 들을 수 있었다. 그 순간의 안도감과 희열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다음으로 넘어야 할 중요한 과제는 바로 소바 면을 선정하는 일이었다. 냉동 생면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업체를 찾아 헤매던 중, 한 곳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처음에는 그 업체의 이름이 일본어라는 점이 다소 마음에 걸렸다. '전주의 오랜 전통을 가진 로컬 브랜드인데, 어떻게 일본어 이름의 공장에 생산을 의뢰하지?' 하는 다소 감정적인(아마추어적인) 선입견이 앞섰던 것이다. 하지만, 직접 공장을 방문하여 면 생산 설비를 둘러보고, 담당자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나의 우려는 말끔히 사라졌다. 그들은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요구하는 메밀면과 이것을 냉동화 했을 때의 특성을 이해하고 있었고, 브랜드사와 직접 소통하면서 품질을 맞출 수 있었다.


기존 설비와 정보의 제한이라는 여러 가지 현실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수많은 수정과 꼼꼼한 테스트를 거쳐, 마침내 그해 여름이 지나기 직전에 '베테랑' 소바 제품을 시장에 선보일 수 있었다.


그렇게 탄생한 '베테랑' 소바 한 그릇은, 단순한 여름 메뉴 그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그것은, 굳게 닫혀 있던 '베테랑' 칼국수 개발의 문을 조심스럽게 열어준 작은 열쇠였으며, 앞으로 펼쳐질 본격적인 칼국수 개발이라는 길고도 험난한 여정의 첫 번째 징검다리가 되어주었다. 그 소바 한 그릇을 통해, 나는 '베테랑'의 맛에 한층 더 가까워졌고, 언젠가 '베테랑' 칼국수를 세상에 선보일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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