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아웃'적 사고
아이와 함께 본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 참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이다.
감정이란 의식하지 못한채 불필요한 존재 쯤으로 받아들여왔는데
감정하나하나 인격체를 만든 캐릭터와
인간의 무의식, 꿈 등의 눈에 보이지 않은 개념들을
상상력으로 표현한 이야기가 너무 신선해서 보고난 후 그 여운이 오래 갔던 기억이 난다.
기쁨, 슬픔, 분노 같은 단순한 감정만 있던 아기 라일리가
자라면서 ‘기쁘면서도 슬픈’, ‘화나면서도 미안한’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게 되는 사춘기를 겪는 장면을 보면서 문득, 간편식 개발도 이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은 음식을 맛있게 만드는 것 만으로도 음식점을 차릴 수 있으며
제품 하나를 개발하면서도
“맛있다!”, “안전하다!”, “좋은 원료다!”, “가격 괜찮네!”
이렇게 각각의 기준을 별개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그런데 진짜 좋은 간편식은 단순하지 않다.
맛있으면서 안전하고,
좋은 원료를 일년 내내 꾸준히 쓰면서도 가격은 합리적이어야 하며,
어떤 제품은 상온 보관까지 가능하면서도 품질은 흔들림 없어야 한다.
이 모든 조건들이 서로를 침범하지 않으면서,
한 제품 안에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뤄야 한다.
대기업은 각 요소를 맡은 팀이 따로 있어 자연스럽게 균형이 맞춰진다.
하지만 스타트업에서는 이러한 사고를 하기 어려운 상황을 자주 경험했다.
소수의 의사결정자가 이 모든 것을 고려하며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원가 계산하며 레시피 짜고, 포장 설계하며 유통 안정성을 점검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맛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결국 지속 가능한 간편식 브랜드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넘어서,
복합 감정을 설계하듯, 복합 가치를 설계하는 일이다.
이제 나는 간편식을 만들 때, 라일리를 떠올린다.
기뻐하면서도 슬프고, 떨리면서도 설레는 그 복잡한 얼굴을.
그 얼굴이야말로, 좋은 제품이 품어야 할 표정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