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정리]하고싶은 건 때가있다.

그러나 언제나 그 시작은 늦지 않았다.

by 엘사 B

작년에 새로운 걸 시작했다.

뮤.지.컬.

대학 때 원없이 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을 품고 살다가

언젠간 해야지 해야지 하고있었다.

그러다 작년 우연한 기회에 직장인 뮤지컬 동호회에 가입했었다.


근데 이제야 알았다. 왜 다들 “젊을 때 해보라”고 말했는지.


체력은 예전 같지 않고, 워킹맘으로서 내 시간은 여전히 ‘내 것’이 아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시간이 없다고 느끼지만, 사실은 ‘마음이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마음만 있다면, 시간은 쪼개서라도 만든다.


하지만 이제는 웬만한 집중력으로는 버텨내기 어렵다.

기억력도 예전 같지 않다. 반복해도 금방 잊는다. 결국, 뇌영양제를 샀다.

예전에는 한두 번 보면 익숙해졌던 일도, 이제는 반복에 반복이 필요하다.


그러다 보니, 내 단점이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경험이 쌓이면 노련함이 생긴다지만, 새로운 분야 앞에서는 그 어떤 요령도 통하지 않는다. 그냥 안 하면 못 하는 것이다. 집중하지 않으면 놓치고, 연습하지 않으면 무대에 설 수 없다.


나는 늘 새로운 것에 끌리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좋아하지만

‘과정을 해내는 힘’은 여전히 나에게 약한 고리다.

‘시작하고자 하는 열망’보다 중요한 건,

결국 ‘지속적으로 몰입하는 힘’이라는 걸 다시 배운다.


새로운 분야에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

성향이 비슷한 이들과 금세 가까워지기도 하고,

그 속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의리’와 ‘연대’를 본다.

주로 젊은 사람들이지만, 오히려 내가 배우는 부분이 많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오는 영감이 이렇게 강하게 느껴진 건, 오랜만이다.


다만, 마감이 가까워지면 스트레스 강도가 확 치솟는다.

그래도, 이번엔 안다. 이 시기를 잘 넘기면 또 한 뼘 성장해 있을 거라는 걸.

그렇다고 다시 하라고 하면? 글쎄, 두 번은 못할 것 같다. (웃음)


그래도 나이가 주는 장점도 분명히 있다.

전체적인 분위기를 보는 눈, 조망감.

내가 하고 싶은 걸 시작했을 뿐인데,

주변 사람들에게 자극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럴 땐, 나이 듦이 더 이상 부담이 아니라

누군가에겐 자극이 되고, 나에겐 작은 용기가 된다.


사실 나는, 목소리도 크고 감정 표현도 직설적이다.

예전엔 그게 과장스럽다며 부끄러웠는데,

이번엔 달랐다. 이곳에선 오히려 그 감정들이 살아 숨 쉰다.

노래도, 연기도, 감정도.

그 모든 것이 삶에서 흘러나온 한 조각처럼 느껴진다.


남자 주인공 엄마...우연히 맡은 역할이지만, 마치 내 30대 시절의 고비들을 생활 연기로 녹여내는 기분이다.

이건 단순한 경험이 아니라, 내 인생을 예술로 환기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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