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래는 말랑이었어!
인생은 나를 찾는 과정이랬나.
그래 나도 한번 찾아보자 결심하고서 심리 상담을 받기 시작했다. 사춘기 초입에 감정기복이 심해지는 아이와 더불어 나는 더 단단한 언덕이 되고싶어서 이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슬픔으로 기억되는 지난 10년 간의 결혼생활 속 상처들이 꺼내진다.
서로 너무 달랐던 두 사람이 10년간 처절하게 싸워왔다.
요즘엔 별다른 기대도 없이, 휴화산처럼 적당히 조심하며 지내려고 노력하고있었다.
그래도 툴툴대는 말투와 1부터 10까지 모두 다른 두 사람이 사사건건 부딪히는 건 여전하다.
그래서 앞으로를 위해 이것들을 어떻게 소화할 것인가가
요즘 나의 큰 과제다.
감정선이 예민한 나로서는 그 시절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그때의 감정이 생생하게 다시 느껴진다.
그건 정말 버겁고 고된 작업이다.
아무리 아픈 과거라 해도, 결국 이 현실을 받아들이고 ‘앞을 향해 함께 가야 한다’는 사실이 쉽게 와닿지 않는다.
왜 우리는 함께 있는데도, 이렇게 고독할까.
결혼생활이 아픔이 된 이유는 ‘그럴 의도는 없었음에도’
서로 너무 다른 가치관과 생활 패턴이 서로를 이해시키기보다 상처내는 방식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가 생긴 이후로는 ‘팀플레이’가 아니라
내가 혼자 전담해온 것 같은 억울함이 쌓였고,
결국 책임감만 남았다.
“성은님 가족은 행위만 있고, 애정은 별로 없어요.”
그 말이 너무도 씁쓸했다.
내 지난 10년간의 결혼과 일,
그 모든 노력이 아이의 모습으로 성적표로 매겨지는 것 같은 순간.
왜 내 인생은 그냥 적당히 넘어가는 게 없는지.
마음이 아프고,
허무하고,
분했다.
나는 결혼을, 사회와 국가를 유지하기 위한 시스템 정도로 말하곤 했다. 책임감만 남은 관계.
애정보다는 역할이 우선된 삶.
냉소적으로 그렇게 말하곤 했다.
그 말에 상담 선생님이 말했다.
“성은님은 원래 말랑말랑한 사람이에요.
왜 이렇게 딱딱한 휴지곽 같은 벽을 지으셨어요?”
... ...
그 말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래.
나는 사실 그런 사람이었다.
사소한 것도 간직하고 기억하던 사람.
지속적인 연결로 관심을 표현하던 사람.
정성을 아낌없이 쓰던 사람.
그런 내가 외로움에 지치고, 상처받기 싫고, 사는 게 너무 벅차서 말랑함을 위로 철처히 단단한 벽을 짓고 살았다.
맞어. 나 참 말랑말랑한 사람이었어.
어땠더라??
희미해진 기억속에서
가장 사랑한 청춘으로 시간여행을 가보기도 한다.
일상에서 숨기지 못한 말랑한 작은 찰나도 기록해보았다.
앞으로의 인연에 말랑말랑해질 방법도 생각해봤다.
그 단단하고 차가운 벽 안의 말랑말랑함을
다시 되살려 꺼내 보려고 한다.
애정하고 싶었던 따뜻했던
그러나 지금은 희미해진
말랑이에 차가운 벽 대신 예쁜 옷을
입혀주려고한다.